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대법원의 육체노동 가동연한(정년) 연장 여파로 손해보험사들이 하반기를 목표로 일제히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공개적인 인상 요구는 자제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정년 65세 연장 등에 따른 보상한도 증가 등으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내부 시뮬레이션 등 당장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보험료 인상 논란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는 손해율 급등에 따른 실적 악화에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정년 65세 연장 등이 자동차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가 7,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손해율 급등과 최저임금 상승, 노동정년 연장 등으로 현재 보험료를 유지하면 1조원대 이상의 이익감소가 예상돼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정년 이슈 등에 따른 손보사의 실적악화가 예상보다 크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하반기에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업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정년 연장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서민경제를 감안해 보험료 인상에 신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손보사들은 “가만히 있다가는 실적이 급락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보이는 것이다.
장기보험의 경우 대체로 1년마다 보험료 인상 폭을 결정하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급등하거나 보상한도 증가 등의 요인이 생기면 그때그때 보험료를 인상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손해율이 85%까지 급등하면서 손보사 실적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손해율은 78% 정도인데 85%로 치솟았고 연초에는 90%까지 상승했다”며 “이 같은 손해율이 지속되면 연말에는 손보업계 순이익이 1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를 100원 받은 후 보험금 지급으로 70원을 지급하면 손해율은 70%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등에 바로 반영되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인위적으로 막아 놓다 보니 매년 비슷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손해율은 점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이날 펴낸 노동정년 연장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동차보험료에 1.7%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의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자동차보험’ 보고서는 본격적인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험개발원은 노동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도록 한 지난달 21일 대법원 판결 직후 자동차보험료에 1.2%의 인상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험료 인상요인 0.5%가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더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자동차보험의 일용노임도 7.6% 상승했다. 상실수익과 휴업손해 보험금은 95% 이상이 일용노임 기준으로 지급된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간 최저임금이 10%씩 인상되면 자동차보험 일용노임은 평균 7.0% 상승할 것”이라며 “일용노임의 상승으로 대인배상 보험금은 연간 53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7년 전체 보험금의 0.5%”라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각자 눈치만 보고 있지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보험료 인상을 발표하는 손보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실제 당국은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매년 2조원 이상을 기록하는데 자동차보험에서 적자 난 것을 다른 쪽에서 이익을 내고 있으니 메우면 되는 게 아니냐’는 논리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눌러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동연장 영향 분석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업계 희망처럼 당장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6월 정비요금 인상 수준을 감안해 보험료를 최소 5%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올 들어 3~3.5% 올리는 데 그쳤다. 손보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월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손해율이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상반기 중 요율을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