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가을에 열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회의와 더불어 한 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즉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책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가 열려 올해의 국정운영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전에 없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전인대는 최근 2년간 6.5% 내외로 제시됐던 성장목표를 6.0%~6.5%로 하향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6.6%였던 상황에서 0.1%포인트~0.6%포인트로 하향 설정된 목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긍정적으로 보면 6.2%씩 두 번만 성장하면 오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지난 2010년 대비 두 배로 증가시켜 먹고살 만한 소강(小康)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굳이 무리하지 않겠다는 여유의 표현이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6.0%까지 하락할 수 있고 6% 고수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며 경기 하방압력을 인정한 것이다. 또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므로 특정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운영 기조를 부채축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조정 등 구조조정에서 확대재정정책을 중점 동원한 경기부양으로 전환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첫째, 재정적자 목표를 2.8%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2조위안의 부가가치세 인하, 기업비용 절감, 개인소득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축소해왔던 지방정부 채권발행 규모는 8,000억위안 증가한 2조1,500억위안으로 잡고 있으며 조달한 자금의 철도·도로·5G 등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통화량과 신용의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둘째, 민생과 직결되는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을 천명했으며 실제 집행 여부는 미지수지만 그 일환으로 국유 상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30% 이상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재산권 보호 등 민간기업에 대한 우호적 환경 조성을 천명했는데 이는 국진민퇴(國進民退)로 일컬어지는 국유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민간경제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셋째, 외자에 대한 개선된 경영환경의 제공 등 개방 확대를 천명했다. 지적재산권 보호, 외국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이전 요구 금지, 외국기업에 대한 내국인대우, 외국기업 대상 투자개방 영역 확대 등을 규정한 신(新)외상투자법의 전인대 표결이 예정돼 있다. 투자제한을 대폭 줄인 외국인 시장진입 네거티브 리스트의 개정판과 외국인 투자산업 촉진 목록의 연내 발표 또한 예정돼 있다. 채권시장 개방 등 금융개방 확대도 제시됐다. 이런 개방확대 정책들은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이 제기해온 요구들을 대폭 수용한 면도 있지만 경기부양 차원에서 외국인투자 증가가 필요하다는 중국 정부의 절박한 속내가 엿보인다. 이에 더해 미국을 겨냥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동아시아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가속적 추진,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주의 원칙에 대한 옹호 등을 피력하면서도 중국제조2025 같은 계획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새로운 증권시스템인 과창판(科創板) 설립 등 신산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는 식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률 하락은 이제 상수(常數)가 됐다. 좌경이념에 따른 과도한 국유기업 보호, 노동인구 증가의 정체 등 구조적 요인이 그 원인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고 우리는 중국의 최대 수입원인 현실에서 우리 경제는 특히 대중국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품소재산업 위주로 중국경제 하향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까스로 궤도에 오른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 중국은 전통제조업 경쟁력 강화 외에도 인공지능(AI)·드론·신재생에너지·전기차·로봇·공유경제 등 신산업에서 활로를 찾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이는 미래산업에서 우리 경제와의 치열한 경쟁 관계를 예고한다.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경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