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했지만 미사일 혹은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최근 동창리 재건에 이어 미사일·로켓 조립을 하는 산음동 단지에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이 제재 강화를 시사하는 미국에 ‘맞불’을 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발사될 경우 북미는 물론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 공영라디오 NPR과 CNN방송은 지난달 22일 ‘디지털 글로브’에 의해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평양 인근 산음동 안에 차량들이 서 있고 열차가 철로에 정차해 있는가 하면 철로 쪽에는 2대의 크레인이 서 있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장은 “북한이 로켓을 만드는 과정처럼 보인다”며 “(산음동에서 동창리 발사장으로 운송되는) 열차 환승 지점에서 많은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NPR은 “8일 나온 위성사진에는 산음동 단지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잦아들고 크레인 하나가 사라졌다”며 “작업 중단 상태이거나 미사일 또는 로켓이 산음동 단지를 떠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 멜리사 해넘은 “사진을 보면 열차가 역을 떠났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열차에 우주발사체, 군사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 어떤 것이 실려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NPR은 “열차의 목적지가 동창리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미사일보다는 위성용 로켓 발사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위성을 궤도로 쏘아 올리려고 준비하는 것 같다”고 봤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현재의 판을 완전히 깨게 되므로 위성 로켓을 쏴 미국에 경고 메시지도 보내고 미사일 발사체 기술도 간접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미국은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우주 로켓을 포함한 어떤 발사도 양 정상 간 친선관계를 깨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동창리에서 발사가 되면 북한이 한 약속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북한의 움직임은 북미 관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이와 별도로 ‘경제’를 강조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7일 평양에서 열린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는 북미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메시지다.
미국은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압박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7일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안에 FFVD가 성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시간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준”이라며 완벽한 비핵화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FFVD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제거, 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영구 동결”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행정부의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 ‘빅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동시적 비핵화·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의 뜻과 대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