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옌청 1공장 '셧다운'] 가동률 40%대 그쳐...기아차, 中 진출 상징마저 포기

<위기의 한국자동차>

출하량 年 35만대로 줄었는데 고정비용 눈덩이

"효율화가 먼저...생산 슬림화로 반등" 고육책

조립·반제품 등 글로벌전략 변화도 빨라질 듯




기아자동차가 중국의 첫 생산 공장인 장쑤성 옌청 1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하기로 한 것은 결국 중국 내 과잉 생산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현대차가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순의 1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연 100만대 판매 목표까지도 바라봤던 기아차(000270)의 중국 판매가 급락한 것은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로 월 판매량은 1만6,000대를 기록해 전월은 물론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나버렸다. 현대차가 5월 이후 사드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보다 더 빨리 영향을 받은 것은 중국 화둥지역 소비자들이 사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우월한 가격 경쟁력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기아차를 압박하고 동시에 기아차의 중국 시장 공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사드 사태는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에도 ‘카운터펀치’였다.

기아차의 옌청 공장은 현대차그룹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한발 앞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에 편입되기도 전인 1996년 중국 위에다그룹과 ‘프라이드’의 반제품(SKD) 수출을 위한 기술제휴를 처음 시작했고 뒤이어 2001년부터는 ‘현대기아위에다지처’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에 둥펑지처가 기아차 전 차종의 중국 생산을 조건으로 자본 참여를 결정하면서 현재 옌청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한중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설립됐다. 당시 옌청시에는 기아 투자 담당 부서가 있을 정도였다. 옌청시와의 합작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베이징지처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옌청 공장은 현대차그룹 중국 사업의 모태와도 같은 곳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상징성’이 있는 시설은 웬만큼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남겨두기 마련”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작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중국 옌청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89만대에 달한다. 실제로 2012년 48만대를 넘어섰던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35만대가량으로 26%가량 줄었다. 중국에서 급격히 성장하면서 2014년에는 30만대 규모의 옌청 3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K9 등 대형·고급차는 생산하지 않지만, K2·3·4·5, 포르테, 쎄라토 등 세단과 쏘울, 스포티지, 스포티지R 등 기아차의 주력 차종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 중국 시장 판매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고질적인 과잉생산 구조를 갖추게 됐다.



기아차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대부분 중국 시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도 마찬가지이며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는 생산-판매 구조다. 하지만 중국 판매량이 줄기 시작하자 공장 가동률도 뚝 떨어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차 중국 공장의 출하량은 37만1,000대가량으로 추산된다. 옌청 공장의 생산능력 대비 41% 수준이다. 옌청 공장의 정확한 가동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를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생산시설은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다만 이번 옌청 1공장 가동 중단이 기아차와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2~3년 전부터 줄어든 옌청 공장 생산량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진출한 기업의 경우 기아차의 89만대 생산에 맞춰 설비를 갖춰놓은 만큼 이들 부품사의 추가적인 효율화 시도가 예상된다.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가동률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며 “부품사들도 줄어든 생산량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 내 다른 공급업체로 판로를 뚫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 생산시설의 효율화를 시작으로 기아차의 글로벌 전략도 기동성과 유연성에 보다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권역별 경영체제가 확립되고 있다. 제품 생산 측면에서도 인도와 유럽, 미국 등 대규모 수요와 성장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장이라면 조립(CKD)이나 반제품(SKD) 공장 형태의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아차는 알제리에서 현지 기업인 ‘글로비즈’와 반조립 사업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 1월에는 기아차가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 현지의 첫 공장에서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아난타푸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30만대 규모로 하반기에 이 공장이 준공되면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100만대 생산 거점이 된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71만대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가 지난해 4·4분기를 기점으로 중국시장에서 판매량 감소세가 증가세로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설비 효율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중국 사업 실적이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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