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세 집단을 합하면 4,956명으로 지난 2017년 전체 자살 사망자 1만2,463명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장년 남성들이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은 청소년들과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며 “중장년 남성을 상대로 한 자살 예방 활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년 남성들이 센터를 찾지 않는 것은 우선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담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교적인 가부장제도 한몫한다. 센터의 상담요원들은 20~3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다. 이들을 상대로 4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죽고 싶을 만큼 심각한 삶의 고단함’을 상담하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센터가 이들 중장년 남성들의 고민을 해소해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40~50대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고통받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 자살예방센터의 상담 시스템은 심리상담 중심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상담이 들어올 경우 서민금융기관으로 연결해준다”고 하지만 단순 연결로 그의 자살 고민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죽고 싶은 이유가 심리·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고통, 인간관계의 어려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자살예방상담 역시 심리상담, 정신건강적인 측면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정신과 전문의, 금융 전문가, 사업 전문가, 구직 전문가, 인간관계 전문가들로 다학제적인 팀을 구성해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1대1로 맡아 문제 해결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래야 40~50대 중장년 남성들도 자살 예방 상담체계 내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유가족 치료 역시 심리상담만으로는 극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이 과도한 빚으로 자살했다면 남은 가족을 상대로 심리상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빚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직 등 돈벌이는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