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한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737 맥스 8’ 여객기의 자국 내 운항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과 에티오피아, 중남미 케이맨제도 소속 항공에 이어 네 번째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10월에 해당 기종의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은 바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탓으로 보인다.
11일 드틱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성명을 통해 “해당 기종의 비행 안전성 여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시키고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당국은 12일부터 자국 내 항공사가 운용하는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를 전수조사한 뒤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항공기만 운항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선 국적 항공사인 가루다항공이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 1대를, 라이온에어가 13대를 각각 보유·운용하고 있다.
보잉 737 맥스 8은 2017년 5월 처음 상업 운항이 이뤄진 보잉의 최신 기종이다. 하지만, 이 기종은 작년 10월 말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 라이온에어 소속 여객기가 이륙 13분 만에 추락한 데 이어 이달 10일 에티오피아 항공의 동형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하는 등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대형 사고를 겪었다.
이에 에티오피아 항공과 중남미 케이맨 제도 소속 케이맨 항공 등이 차례로 보잉 737 맥스 8의 운항을 일시 중단했으며, 중국도 자국 항공사들에 해당 기종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추락한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의 조종사는 이륙 직후 어려움을 호소하며 회항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경로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륙 후 상승속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5개월 전 추락한 라이온에어 여객기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을 출발한 뒤 조종상 어려움을 호소하다 연락이 끊겼다.
두 사고기는 모두 보잉으로부터 인도받은 지 2∼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품이었다.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의 경우 구체적 추락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라이온에어 여객기는 실속(失速) 방지 장치가 오작동해 기내 컴퓨터가 반복적으로 기수를 내리는 바람에 고도를 유지하기 힘든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기종은 보잉의 영업이익에서 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통신은 지난 1월까지 보잉이 전 세계 항공사에 인도한 737 맥스 가운데 중국 항공사들이 약 20%를 차지했다면서, 세계 최대 항공시장인 중국에서 나온 이번 조치로 보잉의 명성이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