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0대2 패배 뒤 이렇게 말했다. 경기 중 자신에게 조롱과 야유를 보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들을 의식한 듯 “내게는 챔스 트로피 5개가 있지만 아틀레티코는 없다”고 도발하기도 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호날두가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유벤투스를 8강으로 안내했다. 13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2차전에서 호날두는 전반 27분 헤딩 선제골에 이어 후반 3분 다시 머리로 추가골을 뽑고 후반 41분 페널티킥까지 넣었다. 미드필더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는 선제골 어시스트에 이어 과감한 드리블로 페널티킥까지 유도하며 빛나는 조연 역할을 했다.
1차전 원정에서 0대2로 져 벼랑에 몰렸던 유벤투스는 2차전 3대0의 기적을 쓰며 합계 3대2로 8강에 나갔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는 챔스 통산 8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같은 최다 1위가 됐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이 16강에서 탈락하고 유벤투스도 1차전에서 지면서 바르셀로나의 우승이 한결 수월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유벤투스가 극적으로 8강에 합류하면서 얘기가 달라지게 됐다. 챔스 득점왕 7회를 자랑하는 호날두는 챔스 통산 득점을 124골(1위)로 늘렸다. 아틀레티코전 기록은 33경기 25골이 됐고 아틀레티코전 페널티킥 성공률 100%(9차례 시도)도 이어갔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지난 1차전에서 다소 외설적인 세리머니로 논란이 됐는데 호날두는 이날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당시 시메오네 감독의 세리머니를 똑같이 흉내 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소 실점팀이면서 그동안 챔스에서 유벤투스에 2승1무로 강했던 아틀레티코는 그러나 2차전에서는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지략과 유벤투스 선수들의 투지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