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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 건축이 바꿔놓은 영주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물소리가 귓잔등을 간지럽히고 윤슬이 반짝이는 수영장.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소란은 흡음벽을 만나 멎고 탁한 염소 냄새도 커다란 천창에 환기된다. 이곳은 개장 1년 만에 10만 소도시 경상북도 영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영주 실내수영장’이다. 지금은 탈의실이 부족할 정도로 영주의 놀이터이자 사랑방이 됐다. 무엇보다 시설이 여느 대도시 수영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영주에는 이 같은 공공건축물 20여개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건축물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유수의 건축상을 휩쓸었다. 공공건축물이 바꿔놓은 도시 풍경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도시 영주가 이제는 국내의 대표적인 건축 답사지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소도시 영주를 건축 명소로 바꿔놓은 것은 이곳에 처음 도입된 ‘공공건축가제도’다. 올해로 딱 10년째다. 영주 실내수영장을 설계한 김수영 숨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영주 수영장은 영주시 공무원들의 애정으로 탄생했다”며 “영주는 좋은 공공건축물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고 있어 설계 의도가 현장에 잘 구현됐다”고 말했다.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철도에 둘러싸여 버려진 삼각지가 노인복지관과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오즈·조재무 사진작가



■좋은 건축을 체감한 10년의 실험

국내 최초로 공공건축가제도 도입 결단

유명 건축상 휩쓴 작품들 도시 곳곳에



변화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는 개관과 함께 전국 소도시를 대상으로 도심 재생을 위한 마스터플랜 구성에 참여할 곳을 모집했고 영주가 유일하게 마스터플랜을 받아들였다. 2009년 완성된 도시의 큰 그림을 따라 이듬해 시장 직속으로 ‘디자인관리단’이 문을 열었다. 당시 조준배 아우리 연구본부장이 직접 부시장급인 단장을 맡고 공공건축가 3명을 위촉했다. 서울시보다 앞서 국내 최초로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시범사업으로 첫선을 보인 게 바로 ‘조제보건진료소’다. 영주 시내에서도 차로 20여분 떨어진 조용한 농촌 마을에 들어선 작은 보건소는 마을 사람들 말대로 카페 같은 진료소다. 좌식으로 만들어 사랑채와 같이 마을 사람과 보건소 직원이 한데 둘러앉을 수 있게 설계됐다. 커다란 기와지붕을 얹은 듯한 외관은 과거의 네모난 관공서와는 달랐다. 깜짝 놀랄 성과가 바로 나타났다. 영주 농촌의 작은 건축물이 201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이다.


당시 영주시 공공건축가였던 윤승현 인터커드 소장은 “영주에서도 이런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반응을 이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물꼬로 디자인그룹오즈가 설계한 ‘풍기읍사무소’도 2013년 한국농어촌건축대전 대상을 받았다. 이 읍사무소는 ‘사람 인(人)’을 콘셉트로 세 방향에서 주민이 모여드는 구조다. 주민 중심의 공간을 위해 읍장 사무실을 1층으로 내리고 어디가 정문인지 파악이 어렵다. 머릿돌 위치를 놓고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삼각지 프로젝트로 지어진 노인복지관은 기존 골목 마을의 구성을 건물로 끌어들였다. /사진제공=보이드아키텍트·김재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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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프로젝트 입구에 위치한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면으로 건물을 낮춰 시민을 끌어들이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오즈· 조재무 사진작가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 변화된 풍경과 일상

외면받던 삼각지마을 ‘핫플레이스’로

노인복지관엔 외지사람까지 몰려 북적

영주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이 가운데 최근 영주를 크게 탈바꿈시킨 프로젝트가 삼각지 프로젝트다. 당초 시 중심에 위치한 삼각지는 중앙선·영동선·북영주선 3개의 철길로 갇힌 낙후지역이었다. 이곳에 국비를 일부 지원받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후 장애인종합복지관과 노인복지관을 신축했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은 공원화된 삼각지 입구에 위치한다. 외부에서 공원으로 들어오는 시민을 위해 공간을 낮췄다. 물론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설계자인 신승수 디자인그룹오즈 소장은 “이들을 격리가 아니라 사회에 참여시키기 위해 건물 틈의 마당으로 안쪽이 보이고 읽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건너편 노인복지관은 개관 2년도 안 돼 시외에서까지 사람이 몰려와 회원만 벌써 2,000명이 넘었다. 기존 그 자리에 있던 마을 구성을 그대로 옮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골목길을 노인복지관에 적용했다. 또 노인을 생산 가치를 잃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벗기기 위해 북카페·식당·공연장 등을 배치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과 시민이 함께 어울리도록 했다. 이를 설계한 장기욱 보이드아키텍트 소장은 “장소적 유전자를 유용하게 계승해 정겨운 일상이 재연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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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실내수영장은 뒤쪽 옹벽과 높이를 맞추고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진제공=숨비 건축사사무소· 신경섭 사진작가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시민들이 영주실내수영장을 이용하는 모습. 영주 실내수영장은 2m 두께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대공간을 만들어 천창을 통해 햇빛이 수면에 비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숨비 건축사사무소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영주시 공공건축 시범사업으로 처음 지어진 조제보건진료소 /사진제공=인터커드 건축사사무소·김재윤 사진작가


[건축과 도시]  공공건축 10년의 마법, 인구 10만 소도시 되살리다
‘사람인(人)’이 콘셉트인 풍기읍사무소는 세 면에서 주민이 모이는 작은 광장이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오즈·황규백 사진작가

■ 풍성해진 영주의 삶

공공건축투어 오는 발길 해마다 늘어

“후대 남길 유산” 공동체 의식도 탄탄

영주시에는 이 같은 공공건축물들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예전보다 공동체 의식도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도시재생의 모범지역으로 부상하며 여러 지자체에서 영주시의 공공건축정책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영주시청 관계자는 “곳곳에 좋은 건축물을 시작으로 도시 전체의 삶이 풍성해졌다”고 말한다. 이제 전국에서 영주시로 공공건축 투어를 오는 사람들만 매년 1,5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공공건축물은 그것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그 주인이며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후대에 남을 유산이기도 하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자체적으로 공공건축가제도를 앞서 운용한 영주시가 이제는 건축 기행지가 됐다”며 좋은 건축이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이곳을 언급했다. 영주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설계자의 의도를 끝까지 구현하도록 지원한 영주 공무원들의 노력이 컸다며 입을 모았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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