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럭셔리’를 앞세운 캐딜락의 디자인 언어는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다. 2000년대 들어 이 같은 디자인 철학을 집대성한 모델이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CT6와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다.
아트 앤 사이언스가 웅장함과 강인함을 고급스러운 캐딜락에 녹였지만 호불호는 존재했다. 지나치다는 평가도 받은 큰 크롬 그릴과 범퍼 아래쪽까지 내린 헤드라이트 때문이다. ‘강한 인상이지만 우아하지는 않다’는 인식도 자리잡았다.
지난 11일 캐딜락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플래그십 세단 ‘리본(RE BORN)’ CT6는 캐딜락을 바라보던 흐름을 바꾸려 하고 있다. 캐딜락은 2016년 새로운 콘셉트카 ‘에스칼라(Escala)’를 선보였는데 리본 CT6에 이 콘셉트가 담겼다.
기존 CT6는 큰 크롬 그릴 안에 다시 가로 선을 세 개 넣은 데다 세로로 긴 헤드라이트의 주간주행등은 범퍼 아래까지 이어졌다. 가로와 세로가 과도한 직선으로 연결돼 투박함을 버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에스칼라 콘셉트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적으로 각이 진 것처럼 보이는 선들을 부드럽게 바꾼 것이다. 보닛에서 앞범퍼로 떨어지는 선들이 흐르듯이 연결된다. CT6는 에스칼라 콘셉트를 대거 적용해 인상이 강렬함에서 우아함으로 바뀌었다. 그릴은 과도하던 가로 선을 과감하게 없애고 캐딜락의 엠블럼만 돋보이게 바꿨다. 헤드램프는 세로에서 그릴과 범퍼 위쪽에 가로로 눕힌 대신 주간주행등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강하면서도 간결하게 처리했다. 에스칼라 콘셉트에서 보듯 앞모습의 볼륨을 키우면서도 감싸듯이 연결한 선들도 CT6에 그대로 적용됐다. 인상이 찌푸린 눈매로 노려보던 경호원에서 자신감 있는 미소를 담은 최고경영자(CEO)로 바뀐 듯하다. 부드러운 선들과 밝아진 인상으로 전에 없던 ‘우아함(엘레강스)’이 생겼다. 진정한 럭셔리로 진화하기 위한 캐딜락의 노력이 돋보인다. 리어램프도 세로 램프에서 가로와 세로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CT6 페이스리프트는 기존 모델보다 40㎜ 이상 길어져 5,227㎜에 달한다. 뒷모습에 가로 램프를 둬 수평감각을 주면서 큰 차제는 더 웅장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고집스럽던 ‘사이언스’도 버렸다. 실내 조작 방식은 불편한 터치패드 방식 대신 동그란 조그다이얼을 넣었다. 캐딜락이 완전한 럭셔리로 진화하기 위해 사이언스를 감추는 대신 아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