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일으킨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전 북한과 파키스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수사당국은 그가 범행에 활용한 총기에 오스만제국 영웅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던 점에 주목해 태런트의 과거 동유럽 여행과 이번 테러의 연관성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호주 A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태런트가 포함된 단체관광객들이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의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그가 북한을 포함해 유럽·동남아시아·동아시아 곳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방송에서 태런트가 과거 근무했던 피트니스클럽의 직원이 “해외여행 이후 그가 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일부 매체들은 북한 방문이 그의 사상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 일간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호주 온라인 매체 뉴스닷컴 등은 “태런트는 북한과 파키스탄을 포함한 배낭여행 중에 급진적인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파키스탄 방문에 주목하는 일부 매체와 달리 당국은 지난해 말 동유럽 여행과 이번 테러 사건의 연관 가능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런트의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자동소총 탄창에 키릴문자와 동유럽 언어로 글자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특히 탄창에 적힌 글자 중에는 옛 오스만제국에 맞서 싸운 영웅적인 인물과 당시 유명한 전투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터키 당국 역시 태런트의 터키 내 동선과 접촉 상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런트는 범행 전 인터넷에 공개한 선언문에서도 터키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제거 대상 정치인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오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2곳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로 현재까지 모두 50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했다. 살인 혐의로 현장에서 붙잡힌 태런트의 단독 범행으로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CNN은 그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에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물결과 함께 태런트가 범행에서 사용한 총기들이 모두 합법적으로 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기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의 총기법은 바뀔 것”이라며 총기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에서는 테러를 계기로 반이민 갈등이 격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은 16일 멜버른 인근에서 열린 극우집회에 참석해 뉴질랜드 총격 테러에 대해 “무슬림 이민과 (이를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해 공분을 샀다. 특히 애닝 의원은 집회 후 기자회견 중 그의 발언에 항의하는 뉴질랜드 10대 소년으로부터 날계란 세례를 받은 뒤 이 소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 전파를 타면서 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17일 전국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 인터넷판은 애닝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