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체 도시의 30% 가까운 곳에서 인구와 경제가 역성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6~6.5% ‘중속 성장’도 달성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학 연구팀이 위성사진을 이용해 중국 내 3,300여 개 주요 도시의 야간 조명 조도(照度·단위 면적이 단위 시간에 받는 빛의 양)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8%에 달하는 938개 도시에서 조도가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
야간 조명의 조도가 약해졌다는 것은 밤에 주택, 상점, 유흥업소 등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의 총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해당 도시의 인구와 경제 규모가 수년 동안 축소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이보다 앞선 2000년부터 2012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와 상반된다. 당시 조사에서는 중국 내에서 야간 조명 조도가 약해진 도시의 수가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보다 적었다.
두 조사를 종합해 보면 중국의 도시화가 2012년 무렵까지 활발하게 진행됐으나, 2013년 이후로는 더는 팽창하지 못하고 되레 쇠퇴하는 도시가 상당수 나타났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쇠퇴가 뚜렷한 도시는 헤이룽장성 허강 등 중국 동북부의 광업, 중공업 중심지나, 잡화물과 ‘짝퉁’ 상품의 대량 유통 지역이었던 저장성 이우처럼 구조조정을 겪는 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를 이끈 도시개발 전문가 룽잉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가 이들 도시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더욱 큰 문제는 지방정부들이 팽창 위주의 기존 도시개발 계획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쇠퇴가 뚜렷한 중국 동북부 8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이들 도시의 도시계획 담당자 절반 이상이 인구가 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일했다. 90% 가까운 응답자는 낙관적인 전망하에서 도시계획을 세우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전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관료들은 인재를 유치하고 중앙정부에서 더 많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낙관적인 도시개발 계획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인사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바람도 작용한다.
룽잉은 “쇠퇴하는 도시를 관리하는 것은 성장하는 도시를 관리하기보다 더욱 어렵다”며 “지방 정부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가능한 빨리 현실에 맞는 도시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