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국보 11호인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정비하면서 일관성 없이 축석(돌을 쌓음)했다는 감사결과가 21일 나왔다.
감사원은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1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방식의 기술적 재현 가능성이나 구조적 안정성 여부 등 원형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이처럼 축석방식을 변경하면서 구조안정성도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석탑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선 구조 역학을 바탕으로 구조물의 안전성을 계산해야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의 상·하부 내부 형태가 애초의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구조계산 등을 거친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구조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앞으로 축석방식 보존과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하며,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2014년 이후 20억원 이상인 문화재 수리공사를 도급받은 27개 문화재 수리업자의 세금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18개 문화재 수리업자가 도급 후 일반건설업자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문화재 보호구역 내 공사라는 이유만으로 문화재 수리업자만 도급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문화재청장에게 “공사내용에 따라 공동도급이 가능하게 하는 등 문화재 수리공사의 입찰 참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총 사업비 230억원이 투입된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1998년 시작돼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마무리됐으며 다음 달 말 준공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