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신약개발에 나선 뒤 26년간 꾸준한 투자로 신약 개발에 힘써왔던 SK가 본격적인 미국 시장 상륙에 나섰다. SK그룹 지주회사 SK의 100% 자회사 SK바이오팜이 지난 2011년 기술수출했던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승인을 받았다.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로 대표되던 K바이오의 외연을 한 발짝 더 확장했다는 평가다.
SK는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발굴해 기술 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품명 ‘수노시(sunosi)’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을 겪는 성인 환자의 각성상태를 개선하는 신약인 솔리암페톨은 지난 2011년 SK바이오팜이 임상 1상 시험을 마친 후 애리얼바이오파마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수면장애 질환 글로벌 1위 제약사인 재즈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인수해 임상 3상시험까지 마쳤다.
미국 시판허가를 토대로 솔리암페톨의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상업화를 향한 발걸음도 빨라질 예정이다. 솔리암페톨의 유럽 및 미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재즈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12개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팜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솔리암페톨 상업화에 착수 예정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런 졸음이 오는 기면증은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인데다 현재까지 출시된 치료제 수가 적다. 기존 기술수출계약으로 인한 계약금과 로열티에 아시아판권 지역에서의 직접판매를 합하면 솔리암페톨로 SK바이오팜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솔리암페톨의 허가로 SK바이오팜이 본격적으로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중추신경계 치료제 시장규모가 2013년 585억달러에서 매년 5% 이상 성장해 2021년 87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개발에 주력해온 SK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신약은 ‘세노바메이트’다. 뇌전증(간질)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는 개발 도중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솔리암페톨과 달리 FDA의 임상시험 및 허가신청까지 모두 SK바이오팜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FDA에 허가신청을 했고, 올해 11월 경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 최근에는 6,000억원 규모의 유럽 판권계약을 스위스의 아벨 테라퓨틱스와 맺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개발한 신약 중 FDA에 직접 허가신청까지 진행한 것은 세노바메이트가 처음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FDA 승인은 그동안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매진한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R&D) 성과”라며 “솔리암페톨의 출시가 수면장애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