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애초 예정된 22일에서 무기한 연기되면서 인수합병(M&A)이 급한 KT의 손발을 묶었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의 한계를 규정짓는 합산규제의 ‘불확실성’이 KT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반에 경영 부담을 안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사 협의로 이날과 22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모두 취소했다. 발단은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던 KT 아현국사 화재 관련 청문회를 두고 여야 간 엇박자를 내서다. 여기서 튄 불똥이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 마저 미궁 속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합산규제는 특정 기업 계열사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총합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규제로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을 겨냥한 것이다. 이 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했지만, 꾸준히 부활의 필요성이 제기돼 재도입 여부를 두고 국회 논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었다. 지난 1월 첫 소위가 열렸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해 2월로 넘어갔고, 국회사정으로 다시 이달 22일로 연기됐는데 다시 알 수 없는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가장 속이 타는 건 KT다. LG유플러스는 이미 CJ헬로 지분 인수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최대주주 및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각각 제출했다. SKT 역시 티브로드 합병을 공식화했다. 두 IPTV 업체가 M&A를 마무리 지으면 KT계열의 유료방송 1위 자리가 위태로워 진다. LGU+와 CJ헬로의 점유율 총합은 24.43%,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점유율은 23.83%로 KT계열(30.86%)을 바짝 뒤쫓는다. 1위 수성에 마음이 급한 KT는 하루빨리 ‘규제 재도입 없음’이라는 결론을 받아들고 시장점유율 6%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서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SKT나 LGU+ 역시 이번 이슈에서 한 발짝 물러 서 있지만 합산규제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3분의 1’ 규칙 해소가 명확해지면, 아예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추가 M&A를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라며 “결국 국회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셈”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