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하노이 이후 첫 대북제재] 美, 北 바닷길 막아 '빅딜' 압박…韓·中엔 제재대오 이탈 경고

OFAC 의심선박 95척에 주의보도

北 경제숨통 옥좨 비핵화 대화 유도

'국교수립 70년' 북중밀월 차단

남북경협 매달리는 韓에도 메시지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해 구두경고에서 한 단계 수위를 높여 선박 제재라는 실질 행동에 나선 것은 북한의 경제 숨통을 옥좨 ‘빅딜’ 협상장으로 가급적 빨리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바닷길이 그간 대북제재의 가장 큰 구멍으로 지목돼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더해 이번 제재 조치에는 북미 교착 국면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러시아·한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오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미국의 사전 경고도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2315A02 미 재무부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개의 중국 해운사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랴오닝 단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번호판 없는 벤츠’를 실어나른 혐의를 받았다. 이와 함께 OFAC는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된 선박 95척에 대해 무더기 주의보를 내렸다. 여기에는 러시아 선박 2척도 포함됐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미국과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차대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하노이 담판에서 충분한 비핵화 카드 없이 제재 완화를 시도했던 북한을 향해 ‘빅딜’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고하게 천명한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뿐 아니라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외신 대상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히는 등 미국과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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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번 제재 조치를 통해 경고장을 날린 또 다른 대상은 중국과 한국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북한이 올해 국교 수립 70주년 등을 계기로 밀월을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등 북한이 중국을 통해 경제 숨구멍을 만들 가능성이 커지자 강력한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있게 된다면 최대한의 제재 압박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다시 응하도록 만들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틀어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올해 북한을 충분히 거세게 압박하는 문제에서 정말로 열쇠를 쥘 수 있다”면서 중국의 공조를 강하게 주문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서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선제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에어리얼 코언 선임연구원은 “무역협상을 포함해 미중 간의 좋지 않은 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이 지난달 하노이에서 했던 것처럼 북한을 ‘협상 칩’으로 사용하면서 (북핵 협상에서) ‘방해꾼(spoiler)’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경제협력 카드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OFAC가 공개한 의심 선박 리스트에는 한국 선적 ‘루니스(LUNIS)’가 북한의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포함됐고 선박 간 환적을 전후로 한 기항지에는 한국의 부산과 여수·광양이 포함됐다.

한편 22일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17년 연속 채택하며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규명도 촉구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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