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현안 산더미인데 남탓 타령 답답하다

초유의 인재로 밝혀진 포항지진 조사 결과를 놓고 벌어지는 여야 간 공방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보수정권의 무능과 부실이 부른 참사”라며 과거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엉뚱한 데 책임을 떠넘긴다며 현 정부의 과실부터 따지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발전소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저마다 책임회피에만 골몰할 뿐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근본 대책이나 에너지정책의 기조 변화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과거에는 최저임금을 이렇게 인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곧바로 “그래서 한국 경제에 많은 문제가 축적되고 있었다”고 맞받아쳤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안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나름의 해석도 내놓았다. 집권 3년차에 들어서도 정책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과거 정부와 언론 탓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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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열발전소는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고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현 정부는 지진 발생 당시 자연지진이라며 지열발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대량의 물 붓기 작업도 지켜봐야 했다. 결국 어느 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 탓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근본 원인부터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부터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차제에 지열발전소 운영 방향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포항지진의 책임론을 따지는 목소리만 가득하다 보니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한시가 급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시급한 민생법안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이달 중 처리되지 않으면 산업현장에서는 또 한 번의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정치권이 고단한 민생을 생각한다면 남 탓만 하지 말고 제 할 일부터 해야 한다. 국민은 남 탓 공방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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