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부족할 수록 치매 진행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메흐디 요르피 하버드대 의대 박사와 선 닝 보스턴대 의대 연구원이 공동 저술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부족과 그로 인한 생체 리듬의 파괴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인지 능력 저하를 가속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생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신경생리학 저널(Journal of Neurophysiology)’에 실렸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뇌에 있는 두 종류의 단백질에 집중됐다.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와 타우(tau) 단백질이다. 이 병을 가진 환자의 뇌에서 이들 단백질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뇌의 학습·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고, 타우 단백질은 뉴런(신경세포) 간의 신호 교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체내 수위가 높아진다. 이는 인체가 뇌에 과도히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수면을 통해 제거한다는 걸 암시한다. 실제로 깊이 잠드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을 방해하면 아밀로이드 베타 수위가 30%가량 높아졌다.
타우 단백질은 보통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뒤얽힌 형태로 나타난다.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에 타우 단백질이 생기면 신경세포가 손상됐다는 의미다. 하룻밤 잠을 못 자면 뇌척수액의 타우 수위는 50%까지 올라갔다.
이전까지는 대체적으로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의 발병 단계에 작용하고, 타우는 신경 퇴행을 가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수면·각성 사이클이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타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 인지 기능 퇴화가 빨라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상관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퇴행성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