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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FOCUS] 웅진의 '의도적(?) 외면'에...개인투자자 600억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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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016880)그룹이 지난해 웅진에너지(103130) 회사채 부도 위험을 알고도 외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10년 가까이 600억원 이상 물린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웅진에너지 채권이 정상일 때 투자했다 2013년 웅진그룹 법정관리로 받지 못하자 채무조정을 해줬는데, 올해 말 만기를 앞두고 또다시 손실 위험에 빠진 것이다.

28일 회계업계와 투자자들에 따르면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8월부터 약 1,135억원의 회사채 상환 불능 위기를 감지하고도 막지 못했다.


웅진에너지는 실적 악화로 자본잠식률이 40% 이상이었고, 회사채 중 개인이 투자한 603억원의 만기가 2019년 12월 19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웅진에너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감자 후 웅진 홀딩스 주도의 증자를 그룹에 건의했다.

그러나 웅진그룹은 코웨이(021240) 인수를 위해 2조원 가까운 인수금의 대부분을 외부 차입과 투자로 마련하면서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여력이 없었고, 감자 시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올해 3월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 역시 웅진에너지 1년 이내 만기 차입금 1,000억원 가량을 갚아야 적정 의견을 내겠다고 웅진그룹에 밝혔지만, 웅진그룹은 여력이 없다고 답해왔다. 결국 한영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냈고, 회사채 중 산은 투자분을 뺀 750억원은 기한이익상실에 빠졌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제4회 CB의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평가했다. 나머지도 이르면 29일 기한이익상실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웅진에너지가 당장 갚아줘야 한다.



웅진에너지 회사채 중 4회·5회차 전환사채(CB)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로 약 603억 원의 원리금이 남아있고, 6회차는 산업은행 등 기관 투자자가 변동금리부외화사채(FRN) 382억원, 7회차는 자산운용사 등 민간 기관이 150억원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개인투자자가 웅진에너지에 투자한 것은 2011년 12월이다. 우리투자증권 주관으로 한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였다. 당시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업황 전망이 밝고 그룹이 주력했던 사업이라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으며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웅진 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2013년 10월 웅진에너지 채권도 거래정지 됐다. 투자자들은 두 차례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만기를 2019년 12월 19일로 연장하고 원금 10% 상환·출자전환·전환사채(CB) 변경 등 웅진에너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2018년에는 회사채 15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당시 기관투자자는 웅진에너지를 믿지 못해 거래 정지만 해당해도 조기 상환하도록 조건을 세게 걸었다.





투자업계에서는 웅진그룹이 무리하게 코웨이 인수에 나서면서 상황이 꼬였다고 지적한다. 빚 603억원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웅진 홀딩스는 코웨이 인수를 위해 1조 8,000억원 이상의 빚을 새로 낸 것이다. 연 이자만 5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여력이 없더라도 감자 후 증자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코웨이를 인수하니 투자자는 웅진그룹이 고의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두산그룹·금호그룹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룹이 대주주 퇴진이나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선 것과 비교해 웅진그룹이 투자자의 신뢰를 너무 쉽게 여긴다고 꼬집었다.

중장기로는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웅진은 한국투자증권이 조달한 자금 등으로 코웨이 인수대금을 납입했지만, 한투증권은 시장에서 투자금을 모아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차례 차입금 상환에 실패한 웅진그룹에 대해 신용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웅진에너지는 이날 신광수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신종진 전 대전공장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 매각 금액은 코웨이 인수자금에 대한 상환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고, 시장 상황을 볼 때 매각 가치도 높지 않아 애초 진행하려 했던 채무변제 계획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웅진씽크빅이나 코웨이 등은 웅진에너지와 지급보증 등이 없다”며 “웅진에너지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 주식의 가치는 떨어지겠지만 다른 계열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웅진에너지 회사채 손실에 대해서는 “웅진그룹이 2014년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이상 지원했다”면서 “실적 악화로 인한 외부감사인의 의견 거절은 중국의 정책적 지원으로 판매가격이 악화하면서 대기업도 철수할 만큼 업황이 나빠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투자자 역시 2011년 투자 당시 등급이 BBB+로 손실 가능성을 인지했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BW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책임’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임세원 ·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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