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해마다 반복되는 주총대란 이대로는 안된다

올해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의결정족수 문제로 파행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사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기업은 100여곳에 달하며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코스닥 기업도 11곳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기에다 개정된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사업보고서 제출을 다음달까지 연장한 기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총대란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것은 상장사들이 주총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반면 보완책이었던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2017년 폐지되면서 빚어진 사태다. 게다가 당국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액주주의 지분이 많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식분산 정책에 적극 호응한 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당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중소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는다는 호소가 나오는 상황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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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내년에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가 968개사로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24.6%인 238개사가 주식 수 부족으로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제기된다. 이런데도 정부는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며 소액주주가 외면하는 전자투표 도입 등 미봉책만 내놓은 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하고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을 폐지하거나 보완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모든 주주가 아니라 의결권 행사에 관심을 갖고 주총에 출석해 투표한 주주를 대상으로 득표율로 결의하는 방식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소액주주 보호 차원이라면 합병이나 분할, 자산 영업양도 등 회사 경영에 미치는 민감한 사안에서만 특별결의 요건을 따르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기업들이 해마다 주총에서 경영성과가 아니라 한 명의 주주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홍역을 치르는 소동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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