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정책 유연성 필요하다”는 외국기업 충고 새겨들어라

주한 외국 기업 경영자들이 우리의 규제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의 기업 규제 문턱은 국내 기업인뿐 아니라 외국 경영인들의 눈에도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외국인 투자기업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인과 외국 기업 단체 관계자들은 “한국에서의 경영은 도전”이라며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이 규제공화국이라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상식으로 통하지만 외국 기업인의 눈으로 본 실상은 더욱 심각했다.


행사에 참석한 외국 경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엘코리아 대표인 잉그리트 드렉셀 주한독일상의 회장은 “기본적으로 주52시간근무 제도를 환영하지만 디지털 분야에서는 노동시간의 유연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돼 기업 현장에서 빚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이 무시되는 현실에 대한 따가운 비판의 소리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수시로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지만 기업인들의 눈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금융 분야 법령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고 패트릭 윤 비자인터내셔날 아시아퍼시픽코리아 사장은 “핀테크 산업 규제에서 한국과 글로벌 기준이 달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단절된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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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인들의 경영활동 심리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2월 생산과 투자지표는 5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기업인의 경영심리를 반영하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11개월·9개월째 내림세다. 현재는 물론 미래 경제활동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의미다. 외국 기업인들의 노동시간 유연성 건의에 정부는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부의 생색내기용 간담회와 면피용 답변만으로는 규제 전봇대나 손톱 밑 가시, 갈라파고스 규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문 대통령이 과감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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