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의안이 또 다시 영국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영국 하원의 ‘결정장애’가 심화하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하원은 29일(현지시간)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 부결했다.
앞서 영국과 EU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분담금 정산·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안전장치’(backstop) 등 이른바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EU 탈퇴협정과 함께 브렉시트 합의안의 또다른 축인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26쪽 분량으로,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월 중순과 이달 12일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포함하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 부쳤지만 1차는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2차는 149표 차로 부결됐다.
합의안이 승인투표 벽을 넘지 못하고 예정됐던 브렉시트 시기가 다가오자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EU 측에 요청했다. 지난주 열린 정상회의에서 EU는 영국 하원이 이번 주까지 EU 탈퇴협정을 가결할 경우 브렉시트 시기를 5월 22일까지 연기하도록 승인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영국이 4월 12일까지 ‘노 딜’ 또는 5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통한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두 번의 승인투표에 이어 이날 EU 탈퇴협정에 관한 결의안마저 의회의 벽에 가로막히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하원은 오는 4월 1일 추가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열고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7일 처음으로 열린 ‘의향투표’에서 브렉시트 관련 8개 대안은 모두 과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