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 속한 동유럽 국가 우크라이나에서 31일(현지시간) 5년 임기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대선 투표가 실시됐다.
이번 투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지난 2014년 ‘반러시아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마이단 혁명)으로 친서방 세력이 집권한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것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2만9천여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투표는 저녁 8시까지 진행된다.
우크라이나와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는 러시아를 제외한 72개 외국에 차려진 101개 투표소에서도 투표가 진행된다.
전체적으로 약 3천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선거 때마다 러시아 여러 도시에 설치해 왔던 투표소들을 폐쇄하는 조처를 했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약 300만명의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은 인근 국가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카자흐스탄, 핀란드 등에서 투표하도록 권고했다.
러시아는 국제기구와 외국 등에서 파견된 2천명 이상의 국제참관단에서도 빠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의 참관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는 역대 최다인 39명이 입후보했다.
재선에 나선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53세), 세 번째로 대선에 도전하는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58세), 인기 코미디언·배우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세) 등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5년부터 방영된 인기 TV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인 대통령 역할을 맡아 ‘국민 배우’로 부상한 젤렌스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29일 발표된 키예프 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20.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13.7%로 2위, 티모셴코 전 총리가 9.7%로 3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공개된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이팅’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6.6%가 젤렌스키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포로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전 총리는 각각 17%를 얻는 데 그쳤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긴 어려워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2차 결선투표를 치러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결선투표는 오는 4월 21일로 잡혀 있다.
전문가들은 3명의 유력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기존의 친서방 정책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 후보 모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나토 가입을 포함한 유럽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