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유예기간이 3월 말로 끝나면 4월부터는 방법이 없습니다. 유연근무제가 있지만 전혀 유연하지 못해 소용이 없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3월 말로 종료되면서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는 정보기술(IT)·바이오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상당수 IT 업체들이 도입한 유연근무제 방식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 단위기간 연장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3월4~22일 3주간 IT서비스 기업 6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제3차 유연근무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IT·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는 67.2%가 현행 근로기준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4%가 “사업 수행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IT 업체들의 불만족도가 높은 것은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논의가 IT 업계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주나 특정 일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정하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근무 패턴이 일정한 제조업에서 적용하고 있다. 반면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동안의 총근로시간이 법정 준수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특정 기간 동안 집중근무가 필요하고 기간별 과업 예측이 어려운 IT 업계에서 주로 도입했다.
문제는 선택근로제의 근무시간을 정산하는 단위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프로젝트 기간인 수개월 동안 집중근무를 하면 법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최근 3년간 조달청 입찰현황을 분석했을 때 공공 SW 사업의 평균 프로젝트 기간은 7.5개월로 나타났다”며 “이 경우 최소 4개월 이상 야근을 해야 하는데 선택근로제 1개월로는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IT 업계에서는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3월 말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아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에 대한 IT·SW 업계 의견을 전달했지만 도입은 미지수다.
통신사업자의 경우 네트워크 부문 인력에 대해 주52시간 근로 적용 유예를 받아왔지만 오는 7월부터 예외가 끝나 인력 운영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장애가 생겼을 때 필요인력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도 연구직과 생산직 인력을 당장 충원하기 어려워 고심에 빠졌다.
제약 업체 관계자는 “정시 출퇴근을 위해 PC 셧다운제를 하고 있지만 생산직은 물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모자라 채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