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아직까지는 일종의 계도기간으로 52시간 한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이 유예되지만 오는 3월 말이면 그 계도기간도 끝나게 된다. 따라서 이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주 52시간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아니면 실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란 업무량이 많은 주에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더라도 업무량이 적은 시기에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평균적으로 52시간 한도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사업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6개월로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탄력근로제의 도입이 보다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 방법을 모두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고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재량 근로시간제’ 등도 유연근무제에 해당한다. 단 재량 근로시간제는 사실상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제도이므로 근로시간을 명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개발 및 연구직군에 대해서는 재량 근로시간제, 사무직군에 대해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생산직에 대해서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다른 여러 대기업들도 유연근로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기에 상관없이 만성적으로 초과근로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탄력근로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 효율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기업이 불필요한 회의 축소, 보고체계 단순화, 업무 통폐합 및 표준화, 매뉴얼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를 끄는 것만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단순히 직원들이 직장에서 할 일을 집으로 옮겨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새로운 업무 체계를 개발하고 각 근로자에게 적절한 업무 양을 부과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시간의 측정이다. 근로시간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수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면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은 채 초과근로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포괄임금제가 일반화된 이유 중에는 업무 성격상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도 포함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국내 600대 기업의 약 58%가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포괄임금제를 실시하는 이유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약 60%로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과거에 주간 근로시간이 6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근로시간을 별도로 측정할 이유가 없었으나 이제는 근로시간 한도가 52시간으로 축소됨에 따라 이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로시간을 측정할 필요가 생기게 됐다. 또한 정부의 의지대로 포괄임금제가 축소되는 경우에도 근로시간의 측정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근로시간의 측정과 관련해 보다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 개인별로 임금대장에 “근로시간 수, 연장근로,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를 시킨 경우에는 그 시간 수”를 기입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또는 시정지시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포괄임금제 축소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노동시간 측정 및 임금대장 기재에 관해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