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에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의개발당’이 전체 득표율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수도 앙카라에서 25년 만에 야당이 승리하고 이스탄불에서도 초접전이 이어지며, 민심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진행된 터키 지방선거에서 91%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이슬람 기반 ‘정의개발당’(AKP)이 45.0%를 득표했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이 선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30.3%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CHP와 선거연대를 구성한 ‘좋은당’(IYI)이 7.4%, AKP와 손잡은 ‘민족주의행동당’(MHP)이 6.8%를 각각 득표했다.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4.0% 득표에 그쳤다.
30개 광역시장 경쟁에서 AKP(16곳)와 MHP(1곳)의 여권 연대는 총 17곳에서 앞섰다. AKP는 그러나 25년 만에 수도 앙카라 광역시장을 야당에 내줬다. 경제·문화의 중심인 이스탄불에서 광역시장 선거 개표 막판 1·2위 후보 간 격차가 0.06%포인트까지 좁혀진 초접전을 벌인 후 AKP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야당 CHP도 “3대 도시에서 모두 승리했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이번 선거는 터키가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까지 강력한 권한을 장악한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에르도안 찬반투표 성격이 강했다. 터키 경제가 침체(2분기 연속 역성장)에 진입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9월 이후 매월 19∼24%로 고공행진하는 등 경제난 속에서 치러져 ‘심판론’이 주효할지 주목됐다.
결과적으로 ‘심판론’보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안보 우선론(생존론)’이 우세했다. 여권 연대(AKP·MHP)는 약 52%를 득표, 작년 대통령선거 당시 득표율(52.5%)을 유지하며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께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일부 도시에서 졌지만, 이것은 민주주의에서는 필요한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