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5월 1일 즉위하는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 시대의 이름을 ‘레이와(영화, 令和)’로 정했다. 이로써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군주제 국가인 일본 정부는 새 임금이 즉위할 때마다 ‘원호(げんごう)’라고 부르는 연호(年號)를 붙여왔다. 일본은 현재까지도 일상 생활에서 서기(西紀)와 함께 원호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즉 올해는 헤이세이 31년이자 레이와 1년이 되는 것이다. 레이와는 일 역사상 248번째 이름이다. 헤이세이는 1989년 1월 부친인 쇼와(昭和) 일왕 별세 직후 즉위한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이름이다.
새 연호는 영어식으로 표현했을 때 머리 글자가 메이지 시대 이후의 연호와 겹치지 않도록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이와는 역대 M, T, S, H와 겹치지 않는 ‘R’로 시작하는 단어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 나선 아베 신조 총리는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설명에 따르면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 제5권 매화(每花) 32수에 나오는 단어다. 32수의 내용은 ‘초봄의 영월치고, 시원하게 바람 불고, 매화는 거울 앞 가루를 피우고, 난은 황후의 향을 맡는다’로 번역된다.
전문가들은 ‘레이와’의 출처에 있어서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서기 7세기에 연호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인용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 역사상 202년만의 일왕 생전 퇴위로 새 연호가 제정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해진다. 올해 12월 만 86세가 되는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2016년 8월 고령을 이유로 큰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때문에 새로운 일본 시대가 열리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야후재팬 등 일본 커뮤니티에는 새 연호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한 일본 트위터 이용자는 “출처가 만요슈인데 매화 꽃 노래라니 아주 좋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대단하다, 새로운 시대가 개막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쇼와 시대에 이어 다시 와(和)라는 글자가 사용되는 것이 아주 기쁘다”면서 “좋은 시대가 될 것을 일본 국민으로서 바란다”고 밝혔다. 참고로 쇼와 시대는 1926년부터 1989년까지 64년간 이어진 히로히토 왕 시대를 일컫는다. 파시즘과 제국주의 체제로 대표되며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 등을 거친 시대다.
한국 전쟁 시기의 특수경기와 함께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시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