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에 필요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사원카드 리더기 앞에 선다. ‘띡!’ 하고 접촉하면 자동문이 열리고 카페인 듯 사무실인 듯 개방된 공간이 펼쳐진다. ‘오늘은 몇 번 자리에서 일할까’ 서울 광화문 디타워 15층의 퍼시스 스마트오피스를 찾은 이들의 즐거운 고민이다. “오늘 제 자리는 캐비넷 33번이네요. 퍼시스 스마트오피스는 임원이든 사원이든 직책에 상관없이 일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실험적으로 만든 곳입니다.”
윤기언(49·사진) 퍼시스 부사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마트오피스가 지향하는 것은 공간에 머무는 이들이 행복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공간 설계는 혁신적이지만 공간을 채우는 가구들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자부터 직군 특성에 따라 섬세하게 결정한 책상 너비와 캐비넷 높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조명까지. 겉모습만 아름다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 기능에 충실한 이들 가구는 배려를 바탕으로 물화(物化)해 공간을 새로이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 공간을 구획해 정해진 자리에서만 일할 수 있는 기존 사무실과 달리 이곳은 매일 자신이 원하는 곳을 지정해 머물 수 있다. 집중업무를 위한 공간과 회의실도 별도로 있으며,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춘 바(bar) 스타일 공간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값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서울 중심가 고급 오피스를 실험의 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을 담당한 오피스컨설턴트(OC)들이 일하기 좋은 입지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공간을 통해 혁신을 보여주려는 퍼시스라는 회사가 차별화된 시도를 통해 오피스를 연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윤 부사장은 자신도 회사의 일원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시즌에는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일해야 할 때도 있고 지방이나 해외와 화상통화를 해야 할 때도 있죠. 직원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도 있고요. 다양한 업무를 ‘임원실’ 한 곳에서만 보게끔 하는 기존 오피스 구조에서 탈피했습니다.”
지난 2017년 브랜드 캠페인으로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를 통해 가구가 놓인 공간에 초점을 맞춘 퍼시스다운 선택이었다. ‘오피스 위 러브(Office we love)’라는 메시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브랜드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 퍼시스의 접근은 창의성과 업무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법인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경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2,8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퍼시스는 지난 한 해 3,156억원으로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영업이익도 230억원에서 277억원으로 상승세다. 연 매출 2,300억원대에 정체되어 있던 2010년대 중반과는 달리 거침없는 행보다.
윤 부사장은 이 같은 성과는 결국 퍼시스가 가장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89년부터 연구소를 세우고 시대적 트렌드를 읽어내려 노력했던 퍼시스는 여전히 시장과 소비자 연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재 본사 관리직 인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90여명이 사무공간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수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윤 부사장은 “연구개발(R&D) 연구소를 비롯해 사무환경 연구팀, 기획팀 등 여러 곳에서 사무공간과 가구, 사람들의 행동을 입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한한다”며 “그러한 고민을 모아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등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시스는 오는 9월 서울 송파구 오금동 사옥 리모델링을 마무리한다. 퍼시스 사옥은 이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업무 트렌드에 최적화된 사무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