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우크라이나 대선, 코미디언 출신 신인 vs 현 대통령 구도로

선관위 개표 60% 결과, 젤렌스키 30%, 포로셴코 16% 득표

21일 결선투표 확정적…젤렌스키, 티모셴코와 연대 가능성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30%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코미디언 출신 대선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아네 올레나가 수도인 키예프의 선거운동본부에서 투표결과를 확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키예프=로이터연합뉴스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30%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코미디언 출신 대선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아네 올레나가 수도인 키예프의 선거운동본부에서 투표결과를 확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키예프=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투표 이튿날인 1일(현지시간) 잠정 개표 결과 드러났다.

재선에 나선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젤렌스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3위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와 포로셴코가 오는 21일 치러지는 2차 결선 투표에 나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0% 이상 개표 상황을 발표하면서 젤렌스키 후보가 30.38%, 포로셴코 후보가 16.38%, 티모셴코 후보가 13.08%를 얻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10일 공식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잠정 개표 결과는 전날 투표 후 나온 출구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민주 제안’ 펀드와 키예프 국제사회학연구소, 우크라이나 경제·정치 연구센터 등이 함께 실시한 ‘국가 출구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가 30.4%, 포로셴코가 17.8%의 득표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14.2%의 득표율로 이번에도 고배를 마실 것으로 예상됐었다.


타티야나 슬리파축 중앙선관위원장은 “대선 투표가 심각한 위반 없이 진행됐으며 국민의 의사표시가 실현됐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율은 63.52%로 잠정 집계됐다.



젤렌스키 선거운동본부는 출구 조사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공식)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면 우리는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러면 현행 법률의 틀 안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선택을 지켜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는 결선 투표에 앞서 포로셴코 대통령과의 토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선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반환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도 천명했다. 또 포로셴코 대통령은 투표 결과에 대해 “사회가 현 정부에게 보낸 신호를 냉철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지난 5년간의 실수를 철저히 점검하는 아주 심각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집권 프리미엄’을 지닌 포로셴코(53)와 여론조사·투표 모두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젤렌스키(41) 가운데 누가 최종 승리를 거머쥘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젤렌스키가 티모셴코 전 총리 측의 지원을 얻으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두 진영이 모두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젤렌스키와 티모셴코 진영이 오는 10월 총선 뒤 연정을 구성하는 데 합의하면 티모셴코가 대선 결선 투표에서 젤렌스키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 2위 후보 가운데 결선 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크라이나의 ‘반러 친서방’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는 포로셴코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친서방주의자다. 다만 포로셴코가 러시아에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협상에 좀 더 적극적이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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