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이 3년전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2016년 11월 30일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이후 혜정씨(가명) 가족의 삶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가 울면서 전한 첫마디 말은 “나는 피해자 얼굴도 몰라, 누군지도 몰라. 일면식도 없어.” 왜 혜정씨 아버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성폭행한 파렴치범이 되었을까.
시작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2월 30일 사업차 지방에 내려가 있던 혜정씨 아버지의 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같은 빌라에 살던 여성은 만취 상태로 집에 찾아와 “당신이 내 조카를 성폭행했다”며 소란을 피웠다. 만취자의 난동쯤으로 여긴 그는 직접 112에 신고했고, 성폭행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성폭행 피의자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 피해자는 당시 17세의 미성년자로 지적 장애 2급이었다.
경찰, 검찰, 재판부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아버지를 구속시켰다. 구속 상태로 진행된 검찰의 조사와 재판에서도 아버지의 항변은 묵살됐다.
혜정 씨는 가족들이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려하자 검사가 면박을 줬고, 법원에 현장검증을 요청했지만 “멀다. 재판부가 그곳까지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기각됐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 31일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혜정 씨는 아버지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의심한 것은 수사 기관의 미흡한 초동 수사.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7개월 된 아들을 뒤로 한 채,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찾아 나섰다.
사건 기록을 끊임없이 조회해보고,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 또, 사건 장소인 모텔의 CCTV 저장 기간이 충분했음에도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의 미흡한 수사를 들춰냈고, 진술 분석의 허점을 발견해 검찰의 검증이 잘못됐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해자를 만난 그녀는 “네.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었어요”라는 대답을 듣게 됐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저를 성폭행한 사람은 OOO입니다”라는 진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왜 아버지를 범인으로 지목했을까?
하루아침에 장애인 성폭행범으로 몰려 실형을 선고받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1년 6개월을 쫓아다닌 딸.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가 낳은 한 억울한 가정의 사연을 공개할 MBC ‘PD수첩’은 2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