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불편해하는 것을 해결하려다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잡게 됐다. 하지만 커나가는 과정에서 곳곳에 위험요소가 많다. 특히 내 창업 아이템을 맹신하지 말고 끊임없이 멘토링을 받는 게 필요하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난 1년간 창업 멘토링을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이 밝힌 창업 배경과 고민, 포부다. 지난달 29일 제주에서 만난 청년창업가들은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적지 않다”며 저마다의 꿈을 풀어놨다. 이날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는 1인 기업이 대부분인 15사 중 12사가 1년 과정을 마치고 사무실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렸고 3사만 추가로 1년 간 더 머무르게 됐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예비)창업자에게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하고 재무회계·특허·법률·마케팅 등 15개 영역에 걸쳐 상담과 교육 등을 한다. 전국적으로 17개소가 있으며 정부가 입주사 당 연 7,000만원씩을 무료 지원한다. 별도로 연 3,000만원은 자부담이다. 매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위탁한 주관운영사에 보고서를 내야 한다. 자격은 만 39세 미만, 창업 3년 이내 대표이다.
이날 청년창업가들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책이 많다. 연대보증제도도 폐지돼 여건도 좋아졌다”며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정책금융의 신규 자금에 대한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한데 이어 기존 연대보증이나 민간으로까지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선 창업배경부터 물었다. “제주감귤이 과잉생산으로 제값도 못받고 파치상품은 처리할 방법이 없다.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정영록 제주화담 대표) “제주에서는 육지의 가구나 전자제품 등을 배달받기 힘들다. 제주행 화물차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제주 배송이 어려운 화물을 배달한다.”(이현경 제주박스 대표) “농어민의 스토리에 집중해 육지 고객의 감성에 어필한다. 직접구매를 주선하며 구매자와 농장의 데이터를 쌓고 있는 게 큰 자산이다.”(김영천·현승탁 직팜 공동대표) “바다 양식 김이 지구온난화로 질병이 생겨 생산량도 떨어지고 염산을 쓰는 문제가 있다. 실내 유기농 김 양식이 대안이다.”(문경현 낙화생김 대표) “열기구 여행을 담은 일러스트를 그려 휴대폰 케이스나 엽서 등에 부착하는데 반응이 좋다.”(채신영 소풍 대표)
이들 중에는 주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눈여겨봤다가 창업에 뛰어든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주감귤의 경우 못생기거나 흠이 난 파치상품은 아예 지원금 조금 받고 땅에 묻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정영록(38) 대표는 “집에서 감귤농사를 하는데 감귤을 묻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프냐”며 “도의 정책에 따라 육지로 팔 수 없는 비상품 감귤을 동결건조한 후 가공해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업사이클링해 현재 남성용 쉐이빙 크림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영천·현승탁(29 동갑) 대표 역시 감귤농사를 하는 부모의 사례를 들며 높은 유통비와 파치 상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농민과 왜곡 정보에 바가지를 쓰는 소비자 간 상생 구조를 얘기했다.
화물 트럭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공유경제도 추진한다. 이현경(27) 대표는 “제주 기업이나 주민들의 큰 애로가 비싼 물류비이다. 육지에서 배송불가인 것도 많다. 수십년 묵은 과제인데 해결이 안된다”며 “제주행 화물차 유휴 공간 공유 서비스를 내놓으니 평가가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보통 육지에서 제주로 화물차가 떠날 때 30%가량 유휴공간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활용해 비행기보다 빨리 배송해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이다. 역으로 육지행 화물차의 3분의 2가 비어서 돌아가는 점에 착안해 내년쯤 제주 화물의 육지 배달 대행도 모색하기로 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실내 김 양식 시스템도 눈에 띈다. 이학박사인 문경현(37) 낙화생김 대표는 “수온으로 김에 병이 더 생겨 생산량도 떨어진다. 몸에 좋지 않은 염산을 쓰는 문제도 여전하다”며 실내 김 양식 시스템의 특허 출원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는 가격경쟁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게 되면 농어민들에게 기술을 이전해 생산물을 받아 안정된 가격에 공급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이들은 스토리와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영천 대표는 “감귤류는 가격을 별로 못받아도 한라봉과 천혜향 등은 괜찮다”며 “육지 고객에게 25곳 이상 제주 농장의 스토리를 어필하며 데이터도 3,000명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에 디자인만 예쁘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스토리에 집중해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신영 하품 대표는 “열기구 여행을 하는 편안한 그림이 제품에서 빛을 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고 말했다. 이현경 대표 등 다른 창업자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토리 경영과 빅데이터 구축에 역점을 둔다며 제주에서도 유니콘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나며 맞장구를 쳤다. /글·사진=제주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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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꿈’ 그리는 청년들] “직장생활보다 어려운 창업,,,아이템 맹신 말아야”
■청년창업가들의 고민과 조언
비즈니스 모델 등 냉정하게 판단
끊임없이 멘토링 받는 게 중요
I4차 산업혁명에서 틈새 기회
제주의 청년창업가들은 지난달 29일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는데 직장생활보다 훨씬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오히려 틈새 기회가 생겼다며 입을 모았다.
문경현 낙화생김 대표는 “직장생활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게 일반적인데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의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했다”며 “창업과정에서 빚이 많아 힘들지만 현재 엄선한 프리미엄 웰빙 김을 판매하며 앞으로 실내 유기농 김이 빛을 볼 것이라는 희망에 유니콘 꿈을 꾼다”고 밝혔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미국은 151개, 중국은 82개, 인도는 13개인데 비해 한국은 7개에 불과하다. 실내 김 양식을 위해 어업회사법인(씨위드)도 설립한 그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과 멘토링 과정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비상품 귤로 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정영록 제주화담 대표는 “제주에서는 시제품을 만들거나 제품 디자인을 할 때 서울에 가야 해 너무 힘들다”며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대부분 1인 창업자인데 매월 보고서도 써야 하고 조급해진다. 좀 더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역시 농부의 아들인 김영천·현승탁 직팜 공동대표도 “파치상품을 가공식품사에 납품하려고 해도 제주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이어 “양주회사에서 영업할 때 회사도 좋고 성과도 좋았지만 감귤농사를 하는 부모님의 판로가 늘 고민이라 농산물 제조·가공·서비스라는 6차산업을 키우고 싶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가공식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창업사관학교를 나가면 도에서도 지원받아 공생방안을 만들고 싶다”고 털어놨다.
제주행 화물 트럭 유휴공간을 활용한 배달대행을 하는 이현경 제주박스 대표는 “창업의 길이 결코 쉽지 않지만 공유경제라는 큰 트렌드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며 파이팅을 다짐했다.
지난 1년간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의 민간 운영을 맡았던 타이드인스티튜트의 황동호 대표는 “창업의 길은 쓰지만 열매는 달다. 비즈니스 모델과 주변 환경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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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꿈’ 그리는 청년들]“제 그림 담긴 제품에 힐링된다니 뿌듯”
열기구 일러스터 채신영 하품 대표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열기구 여행을 하는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육지에서 왔습니다. 제 그림이 담긴 휴대폰케이스나 엽서 등을 보면 힐링이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참 보람을 느끼죠.”
일러스트 작가인 채신영(사진·28) 하품 대표는 지난달 29일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올해는 홍콩 전시회에도 참가해 해외시장도 개척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여러 시제품을 서울의 디자인페스트벌이나 일러스트페어 등에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도 확실히 파악했다.
그는 “예술대학을 나와 정규직으로 취업했는데 창업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하자 부모님과 부딪혔다”며 “그래도 창의적 일을 멈출 수 없어 일러스트 콘텐츠 창업을 강행했고 결국 제 꿈을 펼쳐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열기구가 들어간 일러스트를 그려 휴대폰 케이스, 엽서, 문구류 등에 적용하는 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해 서울·제주 등 4개 박물관의 일러스트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소비자는 제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고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람이 있다”며 “창업한지 4년쯤 됐는데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전망이 어떠냐’고 묻는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청년창업가로서 고민도 토로했다. 그는 “창업은 직장 다닐 때보다 힘든 게 많다. 때로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월급받고 쇼핑하는 것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특히 “제주에 와서 콘텐츠 창업자의 메뉴얼이나 좋은 모델을 찾기 힘든 게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제주=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