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국가명과 지역명을 잘못 기재한 데 이어 상대국이 있는 차관급 공식 행사에 구겨진 태극기를 의전용으로 설치하자 단순 실수가 아닌 기강해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사명감과 전문성이 가장 중시되는 외교부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구겨진 태극기’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국·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노출됐다.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모두발언을 하는 내내 외부에 공개되자 취재진은 눈살을 찌푸리는 동시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외교부의 태극기는 구김 없이 잘 관리된 스페인 적심기와 나란히 세워져 더욱 대조를 이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태극기는 국가인 ‘애국가’, 국화인 ‘무궁화’, 나라도장인 ‘국새’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가 상징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태극기는 다른 국가 상징과 달리 △대한민국 국기법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국기의 게양 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을 통해 엄격히 관리된다. 또 행안부 홈페이지에는 ‘태극기는 제작 보존 판매 및 사용시 존엄성이 유지돼야 하며, 훼손된 국기를 계속 게양하거나 부러진 깃대 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구겨진 태극기가 ‘훼손’에 해당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행안부의 안내 지침에 따라 외교부는 세탁이나 다림질 등의 관리를 통해 구김이 없는 상태로 내걸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련해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발생한 실수들에 대해 외교 업무의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만큼 외교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빠짐없이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맡은 바 업무에 빈틈없이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강 장관은 “외교부 업무의 기본인 사명감·전문성·긴장감·근무기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9일에도 영문 보도자료를 내면서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틱(Baltic) 3국’을 ‘발칸(Balkan)’으로 오기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체코 방문 당시 외교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단순 실수가 아닌 기강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