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S머니]배민·카카오선물까지…인터넷銀, 비금융 데이터에 사활 건 이유는

"중금리 대출 잡아라"…CSS 고도화 전쟁

상환능력 정교하게 파악해 수익성 높이고 잠재고객 공략

키움, 28개 업체 빅데이터 활용…토스, 배민·직방과 협력

기존 인터넷은행·저축은행도 신용평가시스템 차별화 추진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틈새시장인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중금리 대출 경쟁력의 핵심인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구축에 금융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금리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경쟁자들은 비금융권 업체와 손잡고 CSS 차별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업체들은 CSS 고도화 작업을 위해 몸값 높은 전문가를 섭외하며 응수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설립을 추진 중인 간편 결제 서비스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의 경쟁력으로 비금융권 데이터를 활용한 CSS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인 ‘배달의민족’ ‘직방’ ‘무신사’ 등과 협력해 외식·부동산·유통 분야 자영업자들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출 고객의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CSS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 초기부터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가 제공하는 신용 데이터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일반 시중은행들과 달리 신생 업체들은 비금융권 데이터를 활용한 CSS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를 통해 고객의 신용등급을 판단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연체 이력, 카드 실적 등 기존 금융거래 정보가 없는 고객의 경우 맞춤형 금리 산정이 어려워 최고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축적된 비금융권 데이터를 바탕으로 CSS를 구축하면 고객의 상환 능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서 토스뱅크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키움뱅크’ 역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28개 업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키움뱅크만의 CSS를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은행이 활용해온 부채와 소득 수준, 카드 사용액과 같은 금융거래 정보에 고객 소비 패턴까지 분석하면 기존 금융거래가 없었던 고객들의 신용등급도 쉽게 산정해 맞춤형 대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의 경우 실제 소득보다 신고하는 소득이 적을 때가 많은데 자영업 플랫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출을 분석하면 기존보다 대출 한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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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업체의 추격에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CSS 고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주주인 KT의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CSS를 개발했던 케이뱅크는 현재 CSS 정교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용도 평가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데이터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 개인신용대출 중 24~44%를 차지하는 중금리 대출의 비중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연내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과 롯데그룹의 유통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를 더해 CSS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는 CB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결정해왔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부터 CSS 관련 경험이 있는 인재를 상시 채용하며 CSS 인력 보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역시 고금리 대출 상품을 넘어 틈새시장인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CSS 구축에 골몰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기존 CSS 고도화를 위해 관련 인력을 선발하고 내부에 전담 태스크포스(TF)팀까지 구성했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CSS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의 주요고객인 금융소외 계층은 전통적인 신용평가모델로는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을 수 없어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CSS 고도화 작업을 통해 기존 고객들의 상환 능력을 더욱 정교하게 평가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고금리 시장의 잠재고객을 중금리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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