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국법관회의 수장에 또 '우리법硏' 회장

법관대표회의 의장에 오재성 전주지법 부장 선출

2010년 연구회 명단 공개 당시 사실상 마지막 회장

최기상 이어 연달아 같은 조직 출신이 의장 맡아

우리법 창립멤버 김명수, 법정 기구로 격상 계획

8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기 전국법관대표회의 1차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8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기 전국법관대표회의 1차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에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오재성(55·사법연수원 21기) 전주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초대 의장인 최기상(50·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에 이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 연속해서 의장을 맡게 된 것이다.

8일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기 전국법관대표회의 1차 회의에서는 의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오 부장판사가 최종 선출됐다. 부의장에는 김동현(45·30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임혜원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를 제치고 당선됐다.

오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직 시절인 지난 2010년 사실상 마지막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2010년 5월 우리법연구회논문집을 통해 연구회 회원 60명을 공개할 당시 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북 전주고와 서울대를 나온 오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등 소신 판결을 내놓는 법관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 재판장이던 2014년 8월에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보상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에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대 의장에 오른 최기상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법관이었다. 당시 부의장이었던 최한돈(54·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우리법연구회의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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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의장도 또 다시 진보 성향 인사가 됨에 따라 올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방향도 진보 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최 전 의장은 재판개입 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법원 내부통신망 등을 통해 “대법원장에게 이번 조사결과 드러난 헌정유린행위 관련자들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11월에는 의혹 연루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안건까지 의결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직접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일부에서 제기하는 법관 개인 신상이나 성향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 구속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영장 기각 이후 해당 판사들에 대한 정치권의 잇따른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는 또 그는 “법원 내부의 직급·세대 간 이해관계와 직역 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는 좁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버려야 할 낡은 관행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03년 4차 사법 파동으로 처음 소집된 각급 법원 판사들의 회의체다. 이후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해 4월 처음 상설 기구가 됐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사법부 개혁안을 발표하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법정기구로 격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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