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양호 한진회장 별세] 상속세만 1,700억...오너 지분 처분땐 한진칼 1대주주 내줄수도

<한진 지배구조 어떻게되나>

조회장 한진칼 지분 18% 받아

상속세 50%+할증액 내고나면

3남매·우호세력 합쳐도 20%

2대주주 KCGI 13.47% 달해

추가 취득 나설땐 경영권 위태

1순위 상속권자 이명희도 변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1,727억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한진 3남매의 경영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사장 등의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율이 적은데다 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상속 방식에 따라 상속세 부담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1순위 상속권자인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의 결정은 또 다른 변수다.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허점을 보인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행동주의펀드들이 경영권을 노리고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대 주주인 강성부펀드(KCGI)는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진칼→대한항공→손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면서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영권을 가지면 한진그룹을 지배하게 되는 셈이다.

한진칼은 조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이 2.34%, 조현아·조현민씨가 각각 2.31%, 2.3%의 지분을 가졌다. 대주주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4.79%다. 조 회장의 별세로 조 회장의 보유주식을 3남매가 모두 상속받을 경우 주식평가액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30%에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조 사장이 혼자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받는다고 해도 최대주주 지분율은 9.44%에 머물게 된다. 3남매와 우호지분을 다 합쳐도 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KCGI·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해 지분율을 13.47%까지 늘렸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6.64%)까지 합치면 20.11%가 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의 자회사다.


3남매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을 받는다고 해도 상속세가 문제다. 상속세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상속세 납부금액은 1,7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신한금융투자는 “조 회장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원어치이며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배당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남매가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조 회장 사망 이후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치솟는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더욱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금으로 분할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조 회장 가족이 받은 배당금은 12억원 수준. 5년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도 채울 수가 없다. 여기에 조 회장 명의로 된 부동산 가치 등을 포함하면 상속세는 더 늘어나게 된다.

관련기사



지난 2014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창사 45주년 기념식에서 조양호(왼쪽 네번째) 한진그룹 회장과 장남인 조원태(〃두번째) 대한한공 사장, 장녀 조현아(〃다섯번째)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여섯번째)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서울경제DB지난 2014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창사 45주년 기념식에서 조양호(왼쪽 네번째) 한진그룹 회장과 장남인 조원태(〃두번째) 대한한공 사장, 장녀 조현아(〃다섯번째)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여섯번째)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서울경제DB


현재 상속권자 1순위인 이명희씨의 결정에 따라 그룹 총수가 결정된다는 점도 한진가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5월 1일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이때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총수)’을 지정한 뒤 계열사 등 대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한다. 동일인은 그룹 전반의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진다. 당초 공정위는 올해에도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그의 별세로 그룹 총수가 공석이 됐다. 3남매의 보유지분이 비슷하지만 조 사장이 유일하게 한진칼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씨의 결정에 따라 지분이 추가로 배분될 경우 그룹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담보대출 부담도 문제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KEB하나은행에 한진칼 지분 150만주를 대상으로 200억원가량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담보대출 역시 상속비율대로 상속된다. 당시 대용가격은 2만1,010원. 주식담보대출은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지만 만기일인 11월까지 대용가격이 하락하면 오너 일가는 대출금액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KCGI는 한진그룹에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올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이나 감사선임 등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법원이 한진 손을 들어주며 실패한 바 있다. 이 때문에 KCGI는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KCGI가 장내매수 등을 통해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경우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백기사를 찾지 못하면 경영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론의 공격에 지쳐 상속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요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는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강도원기자 see1205@sedaily.com

박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