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수은의료기 퇴출 코앞인데...손 놓은 정부

유엔 '미나마타협약' 내년 시행

수은 체온계 등 사용 전면금지

일선병원 문의에 정부 묵묵부답

"현황 파악조차 못했나" 의구심

개원의 30% 수은혈압계 사용

체계적 폐기방안 마련 서둘러야




내년부터 수은 혈압계와 수은 체온계 등 수은이 들어가는 의료장비의 사용이 전면 금지 되지만 정부는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수은이 들어간 의료기기의 체계적인 폐기방안이 없음은 물론 일선 병원에서의 수은 첨가 의료기기 사용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유엔환경계획 주도로 지난 2013년 체결된 ‘미나마타협약’에 따라 비준 국가에서는 내년부터 수은이 첨가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수은에 중독되면 발열, 구토, 설사, 지각 장애 등을 비롯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수은 사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편이다.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은 이미 비준했으며 한국도 지난 2014년 협약에 서명해 올해 국회에서 비준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는 수은이 들어간 의료기기를 폐기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에 문의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수은혈압계 등 수은이 들어간 의료기기를 폐기하기 위한 방안을 복지부에 문의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지난해 말 각 지역의 보건소에서 일선 병원들에게 수은첨가 의료기기 사용현황을 파악한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았다고 하더라도 비준 3개월 내 모든 수은기기를 의료현장에서 폐기해야 하는 만큼 준비가 필요한데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 등은 수은이 들어간 의료기기를 체계적으로 폐기하지 않으면 더욱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나마타 협약’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체계적인 폐기방안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아직도 일선 개업의 중 30% 정도는 수은혈압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2015년 1월부터 수은이 들어간 혈압계, 체온계 판매는 전면 금지 조치됐다”며 “당시 일선 병원에서의 수은 혈압계 사용 현황에 대해 조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당시 현황에서 추가로 갱신된 사항을 조사한 자료는 없다”며 “현재 환경부에서 수은 폐기 관련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미나마타협약 발효에 발맞춰 수은이 없는 혈압계와 체온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바디는 지난 2010년에 출시된 혈압계 ‘BPBIO320’로 유럽고혈압학회 주관 임상시험을 자동혈압계 분야 국내 최초로 통과했고, 셀바스헬스케어는 최근 전자동혈압계를 출시했다. 보령A&D메디칼 등도 수은이 들어가지 않은 혈압계를 개발, 유통하고 있다. 체온계 역시 수은체온계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체온계, 고막체온계, 적외선체온계 등이 개발되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테크놀로지는 최근 실시간 체온 관리를 가능한 바나나체온계를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우영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