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인 1376년 무학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인왕사는 물적·인적 요소를 갖춘 정식 사찰에 해당하므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주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인왕사가 전 총무스님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보관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인왕사는 총무스님으로 재직하던 변모씨가 사찰 돈 3,000만원을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고 사찰 재건축정비 사업 관련 보상금 1억3,500만원을 반환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며 2016년 유족들을 상대로 반환소송을 냈다.
1심은 인왕사가 1988년 7월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등록된 전통사찰인 점을 고려해 “독자적인 권리능력과 당사자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씨가 사찰 돈을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거나 보상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인왕사가 독립된 단체나 실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왕사는 전통사찰 등록 당시 독자적 규약을 가지고 물적·조직적 요소를 이미 구비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