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이 있지만 시설이 낙후돼 주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효창공원이 역사적 의미를 살려 애국선열 추모공간으로 재탄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효창공원은 역사적 의미가 깊지만 주민들에게 ‘존재는 알지만 가지는 않는 공원’으로 불릴 정도로 방치돼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효창공원은 16만924㎡ 규모로 애초 조선 22대 왕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묘역 ‘효창원’이 있던 자리에 조성됐다. 일제는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지어 식민지 공원으로 만들고 해방 직전엔 묘역을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겼다. 해방 이후 김구 선생이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하면서 김구 선생 자신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이동녕·차리석·조성환 선생 등 7명이 이곳에 묻혔다. 그러나 이후 정체성과 무관한 반공투사기념탑, 육영수 여사 송덕비 등이 맥락 없이 들어섰다. 박 시장은 “너무나 많은 의미가 들어서면서 단 하나의 의미도 갖지 못한 공원이 됐다”며 “묘역은 행사 때만, 기념관은 단체관람에만, 운동장은 훈련용으로만 사용되며 시민에게 외면받고 낯선 공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효창공원의 정체성을 ‘독립 100년 공원’으로 분명히 하고 독일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처럼 시민이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지역주민의 휴식처를 만들고 공원과 주변 지역을 분리하던 담장을 허무는 식이다. 다만 공원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철거가 검토됐던 효창운동장은 축구사에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판단해 보존한다. 생활 체육 공간을 없애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국가보훈처·문화재청·용산구·독립운동 단체·축구협회·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 포럼’을 만들어 구상안을 구체화한 뒤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효창공원의 재구조화 방향이 명확하게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