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매입가격을 최대 35% 낮추는 등 ‘수익성 높이기’ 행보에 나섰다. 현대제철이 전례 없이 경쟁사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안동일 사장을 영입한 파격 인사로 주목받는 상황이어서 철강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11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제품 생산 주원료인 철스크랩의 일부 구입가격을 최대 35% 낮췄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생철의 경우 기준가격에 8,800엔을 붙인 가격에 납품받아왔지만 최근 이를 5,800엔으로 내린 것이다. 다른 철스크랩인 슈레디드와 HS도 기준가격에 5,800엔을 붙이던 것을 4,800엔으로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제강 제조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원료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철스크랩을 사는 데 5조7,000억원을 썼다. 전체 원료 매입금액의 62%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CEO가 교체된 후 가격협상이 매우 깐깐해졌다”고 말했다. 기존과 달리 최근에는 가격을 정해놓고 “이 가격에 맞출 수 있으면 납품하라”는 식으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사가 가격을 맞추면 싸게 사는 것이고 못 맞추면 안 사도 그만이라는 자세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 같은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제품 재고는 2016년 약 5,7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원으로 늘었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5%에서 14.8%로 증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료 값이 오르면서 금액으로 표시되는 재고자산 표시금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 등과 비교했을 때 현대제철의 재고자산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도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하는 철근 생산을 줄였다. 원료 가격은 오른 반면 건설경기 악화로 철근 유통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안 사장이 ‘생산 합리화’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대제철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로 보내는 자동차 강판 물량이 국내 철강사 중 가장 많은 연간 500만톤에 달한다. 자동차 강판은 주요 철강제품 중 가장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현대제철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현대제철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2월 현대제철에 생산·기술 부문 사장직을 신설하고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 사장을 영입했다. 안 사장은 포스코의 ‘심장’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모두 소장을 지낸 최고의 전문가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출신 인사가 계열사로 내려오던 기존 관행을 깨고 CEO에 경쟁사 출신을 영입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라며 “안 사장의 행보에 그만큼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