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4·미국)는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똑같이 첫날 70타를 친 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997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01년에는 첫날 선두에 5타나 뒤졌지만 이튿날 66타를 치고 단숨에 선두권으로 뛰어올라 결국 우승했다.
마스터스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우즈가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마친 83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매직 넘버’인 2언더파 70타로 출발했다. 20대의 우즈와 44세 우즈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우즈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까마득한 후배들보다 드라이버 샷을 더 멀리 보낼 수도 있고 노력하면 쇼트게임과 퍼트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9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우승한 우즈는 당당한 우승 후보로 생애 23번째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6언더파 선두 그룹에 4타 뒤진 2언더파 공동 11위다. 개막에 앞서 “오거스타 공략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던 우즈는 1라운드 경기 뒤 “괜찮은 스코어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썩 잘 됐다. 특히 파5홀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2번홀(파5) 티샷을 340야드나 보내는 등 300야드 넘는 드라이버 샷을 펑펑 날린 우즈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각각 5번, 7번 놓쳤고 퍼트는 27개를 했다.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적었다. 1997·2001·2002·2005년에 마스터스를 제패한 그는 네 번 중 세 번을 첫날 70타를 치고 우승했다. 2005년에는 74타로 출발하고도 그린재킷을 걸쳤다. 우즈는 “첫날 70타 치고 우승하는 기록이 올해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2번홀(파5)에서 ‘이글성’ 벙커 샷으로 가볍게 버디를 잡은 우즈는 5번홀(파4) 보기 뒤 9번홀(파4) 버디로 다시 일어섰다. 116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핀에 잘 붙였다. 13번홀(파5)에서 15m 이글 퍼트를 홀 가까이 보내 세 번째 버디를 보탠 뒤 14번홀(파4)에서 하이라이트를 작성했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갔지만 스윙이나 시야에 가까운 나무가 걸리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웨지로 먼 쪽 나무를 훌쩍 넘겨 핀 옆 7m에 멈춰 세웠다. 우즈는 버디 퍼트를 떨어뜨린 뒤 특유의 주먹 내지르기 세리머니로 대회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 버디로 3언더파 공동 선두에 나서기도 했으나 17번홀(파4) 보기로 2언더파로 마쳤다. 우즈는 이날 3m 안쪽 퍼트를 4개 놓쳤다. 5·6번홀에서는 스트로크 실수로 1.5m 퍼트를 연속으로 놓치기도 했다. 우즈는 바람이 강해질 2라운드가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두드리는 우승 후보 1순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버디 5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6개나 범해 1오버파 73타로 공동 44위에 그쳤다. 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만 우승하면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높은 오거스타지만 주초 내린 많은 비에 그린 스피드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헷갈려 했는데 매킬로이도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 CJ컵 우승자인 세계랭킹 4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세계 6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6언더파 공동 선두다. 켑카는 최근 3개 메이저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메이저 사냥꾼’이고 디섐보도 메이저 우승은 없지만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둘 정도로 큰 경기에 꽤 강했다. 유일한 한국인 출전자 김시우(24·CJ대한통운)는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의 이븐파 공동 29위로 선방했다. 12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2타를 잃은 직후 3연속 버디로 다시 힘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