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미 버티기’ 의지를 밝힌 가운데, 새로 구성된 국무위원회 위원들과 단체사진을 찍으며 대미협상 라인인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을 자신의 등 뒤, 즉 뒷줄 중앙에 세웠다.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4월 12일 새로 선거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성원들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나주시고 그들과 함께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셨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들의 기념사진을 보면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앞줄 소파 양쪽 끝에, 리수용 당 외교담당 부위원장은 군부 인사들이 있는 뒷줄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김영철 통전부장은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 정가운데 섰다.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가가 시정연설로 소상히 알려진 시점에 맞춰 김영철의 면을 세워주는 듯한 사진이 공개된 셈이다.
또 가족사진과 같은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이색적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을 배경으로 둔 가운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해서 소파에 7명이 서로 거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깝게 앉았다. 그 뒷줄 역시 7명이 어깨를 밀착시킨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도 대체로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이 같은 ‘연출’은 대미 협상과 경제건설 등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을 앞에 두고 새로운 세대가 전면에 나섰음을 알리는 한편 최고 지도부 내부의 끈끈한 결속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