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봄아, 넌 올해 몇 살이냐

1715A38 시로여는수욜



- 이기철

나무 사이에 봄이 놀러 왔다


엄마가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눈치다

내년에도 입히려고 처음 사 입힌 옷이 좀 큰가

새로 신은 신발이 헐거운가

봄은 오늘 처음 학교 온 1학년짜리 같다

오줌이 마려운데 화장실이 어딘지 모르는 얼굴이다


면발 굵은 국수 가락 같은 바람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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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까지 세고 그 다음 숫자는 모르는 표정이다

이슬에 아랫도리를 씻고 있네

저 아찔한 맨발

나는 아무래도 얘의 아빠는 못 되고

자꾸 벗겨지는 신발을 따라다니며 신겨 주는 누나는 되어야겠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울음이 먼저 나올 것 같은

봄아, 넌 올해 몇 살이냐

봄의 나이를 묻는 이는 대개 자신의 가을을 보는 사람이죠. 노래가 울음이 되는 까닭을 아는 터에 차마 나이를 밝힐 순 없죠. 샛바람에 볼은 트고, 맨발에 아랫도리 내놓고 쏘다니니 담쏙 안아서 씻기고 옷 갈아입혀 곁에 두고 싶다는 사람 많이 만났죠. 내 손목인 듯 꽃가지 하나 쥐어드렸으니 바람에 꽃잎 흩어질 때 놓아주셔요. 굳이 겨우내 잠든 씨앗을 깨우고, 꽃의 귓속말을 듣는 까닭요? 천만 년을 살아도 여태 어린 나를 두고 까꿍 놀이하는 우주 엄마를 찾아야 하거든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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