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치로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최근 2년간 상위 1%인 연 100만달러 넘는 소득을 올렸다며 납세 자료를 공개했다. 정치 이미지의 적잖은 타격을 감수하고라도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세금 내역 공개를 압박하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투명한 소득 공개를 이슈화하고 있다.
A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재출마를 이미 선언한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2009~2018년 납세 자료를 공개하며 자신이 이미 ‘백만장자(millionaire)’ 대열에 올랐음을 확인시켰다. 블룸버그는 납세자료를 근거로 계산한 샌더슨 의원의 2016년과 2017년 소득이 각각 106만달러(약 12억원), 113만달러(약 12억8,000만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상위 1%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와 정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샌더슨 의원이 상위 1%에 속하게 됐다”고 평했다.
비영리단체인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 소득 42만 2,000달러가 넘는 가계는 상위 1%에 해당한다고. 샌더스 의원의 소득은 2015년에 세비 약 15만달러를 포함해 24만달러에 그쳤지만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발간한 저서 ‘우리의 혁명: 믿을 수 있는 미래’가 그의 인기와 함께 베스트 셀러에 등극하면서 소득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책 판매가 줄면서 소득이 56만달러로 떨어졌지만 평년 대비 2배 넘게 벌었으며 미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면서 샌더스 의원의 수입은 재차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납세자료는 우리 가족의 운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면서 “나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세금을 더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조국에 대한 의무이자,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납세 자료 공개의 도화선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와 아내는 막 10년 치 납세자료를 공개했다”며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납세 자료 공개를 요구받았지만 국세청 감사를 핑계로 거부했으며 이후 뉴욕타임스(NYT)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부동산 회사 등의 탈세 의혹을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특검 수사에서 러시아와 선거 공모 의혹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면죄부를 받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의 탈세 의혹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샌더스 의원에 앞서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카말라 해리스·엘리자베스 워런·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등 여성 상원의원 3인방도 납세 자료를 공개했다./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