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차병원에서 분만 수술 후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사고를 내고도 3년간 은폐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경기도가 현재 추진 중인 ‘수술실 CCTV’ 설치사업이 힘을 얻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2016년 8월 이 병원에선 임신 7개월 된 산모가 낳은 미숙아를 의사가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아이는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몇 시간 뒤 숨졌다. 당시 병원 측은 낙상사고가 있었던 일을 숨기고 아이 사망진단서에 ‘병사’로만 기재했으나 지난해 7월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인 끝에 최근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짐에 따라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기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는 전국 처음으로 도립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 설치를 밀어붙였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도시행에 앞서 SNS 생중계를 통해 의료진과 공개토론을 벌이는 등 관련 정책을 주도했다. 여러 고비를 넘긴 끝에 수술실 CCTV를 가동한 안성병원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이뤄진 1,002건의 각종 수술 중 63%인 630건의 수술 장면이 환자 동의를 거쳐 CCTV로 녹화됐다. 도는 이 같은 환자 호응에 힘입어 다음 달부터 경기도 의료원 산하 6개 모든 병원(안성·수원·의정부·포천·파주·이천)으로 수술실 CCTV를 확대, 가동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는 여세를 몰아 수술실 CCTV가 인권 침해와 의료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지난달 말 보건복지부에 ‘의료법 개정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전국 의료기관 6만 7,600개 중 1,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도는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국공립병원 수술실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의견도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에 도는 경기연구원과 협의해 올 상반기 중에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각계의견을 듣는 토론회 개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는 대체로 의료행위 하나하나를 감시당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CCTV 설치에 부정적인데 도는 환자 인권 침해, 대리수술 등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확대설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