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21년째 "탈규제" 외치는 정부…현장선 여전히 "힘들다"

정부, 3차 규제개선과제 발표

산단에 네거티브존 도입 등

경제 활력 제고 한다지만

기업들 애로 호소 안줄어




정부가 18일 산업단지에 입주 제한을 없앤 ‘네거티브 존’을 신설하는 계획을 포함해 132개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제를 발표했다. 현 정부 들어 세 번째로 발표된 대대적인 탈규제 조치다. 하지만 기업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규제 개선 조치가 기술 발전과 경쟁 구도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현장에서는 “더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범정부 규제 개선을 총괄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도 “법령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정·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직자들의 생각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공직자들의 사고 전환을 “기관장들이 상시적으로 챙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탈규제 정책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외환 위기가 터진 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전반적인 규제 환경 개선 요구를 받은 게 시발점이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부처별로 규제 개선 목표치까지 주면서 탈규제 정책에 힘을 쏟았다. 이후 탈규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주요 산업 경쟁력 강화정책으로서 앞장 세워졌다. 직전의 박근혜 정부는 ‘규제 혁파’를 국정 과제로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혁신성장을 이끄는 신소재·신기술 관련 산업이 규제 족쇄에 묶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들을 위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등을 내걸고 규제 정책 대전환에 나섰다.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신기술 지원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까지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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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요원하다. 최근 청와대를 찾아간 벤처기업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가장 많이 쏟아낸 목소리 역시 정부 규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보니 투자 유치를 받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어 “주 52시간 근무의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며 “엄격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정부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정부 역시 규제 개선 조치에 대한 현장의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이 총리는 4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규제 혁신을 충분히 실감하지 못한다고들 말한다”며 “규제 혁신을 현장이 체감하려면 현장이 요구하는 규제 혁신을 대담하고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내놓은 132개 규제 개선 방안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드론 제조업체와 항공촬영, 체험·교육시설이 동일 산업단지 안에 함께 둥지를 틀어 집적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인터넷쇼핑몰과 물류센터도 산단 내에 나란히 입주할 수 있게 된다. 또 정부는 12월부터 국공립 연구기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등으로 한정돼 있는 기상업무 연구개발 사업의 자격 요건을 확대해 능력 있는 여러 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전통시장·종교시설·근린생활시설 등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무선 화재알림설비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유선설비로만 제한돼 있어 신기술이 있음에도 규제 탓에 화재 대비가 낡은 방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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