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채권형 펀드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단기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 초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만기(듀레이션)가 6개월 안팎인 ‘초단기형’ 상품들이 주도했지만 최근 들어 기존보다 만기가 긴 상품들의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금리 하락세가 뚜렷하고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예견되는 상황이 채권형 펀드 방망이를 길게 잡으려는 이유로 분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 초 3조9,000억원에서 4월 중순 들어 4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중·단기 상품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즉 상품의 평균 듀레이션이 1~3년 내외이면서 우량 신용등급을 지닌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의 경우 지난 8일 총 설정액이 3,233억원이었지만 4월17일 4,462억원으로 급증했다. 10일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린 것이다. 이 상품은 평균 듀레이션이 1.29년이며 A등급 이상의 회사채 및 금융채 등을 주 투자자산으로 삼는다. 평균 듀레이션이 1.41년인 ‘하이든든한증권투자신탁’도 같은 기간 동안 456억원 늘었다. ‘동양하이플러스채권(평균 듀레이션 1.77년)’과 ‘유진챔피언중단기채(1.73년)’도 최근 10일간 각각 360억원, 281억원 불어났다.
이 같은 양상은 초단기 채권형 상품이 큰 인기를 끈 올 초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투자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듀레이션이 조금씩 길어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18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초단기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2,124억원 유입됐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은 124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난다.
중·단기 채권형의 인기가 늘어난 것은 단순히 수익률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1’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0.95~1.01% 수준이며 ‘유진챔피언중단기채’도 0.89~0.97%에 그친다.
대신 뚜렷한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중단기 채권형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와 역의 관계를 가진 채권가격의 특성상 최근의 금리 인하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중·단기형으로 관심이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실상 크지 않고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올 초보다 만기가 다소 연장된 채권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을 성과를 받아들일 것 같다는 기대에 중·단기 상품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기가 이보다 긴 장기 채권형까지 인기가 옮겨갈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