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19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우승한 이태훈(30)의 이름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리처드 리’였다. 캐나다교포인 그는 2017년 신한동해 오픈 우승 뒤 27년 간 써온 영어명 대신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태훈이 2년 만에 K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그는 이날 경기 포천의 대유몽베르CC 브렝땅·에떼 코스(파72·7,16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김재호(37·13언더파)를 1타 차로 제쳤다.
아시아프로골프 투어를 뛰던 이태훈은 2017년 한국·아시아 투어를 겸한 신한동해 오픈 우승으로 KPGA 투어 5년 시드를 받은 선수다. 코리안 드림을 이뤘지만 지난해 12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면서 이름을 알릴 기회는커녕 상금랭킹 83위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부진의 이유로 클럽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꼽은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클럽 교체를 단행했다. 개막전에서 1~3라운드 연속으로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장비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우승이 쉽지만은 않았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태훈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지만 경쟁자들의 추격에 긴장을 풀지 못했다. 특히 막판에는 두 차례의 숨 막히는 위기를 맞았다. 17번홀(파3)에서 티샷한 볼을 그린 오른쪽 연못에 빠뜨려 보기를 적어낸 탓에 김재호와 이승택(24·동아회원권)에 1타 차로 쫓겼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3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놓쳐 거의 같은 지점에서의 버디 퍼트를 남긴 김재호와 연장전 돌입 분위기가 짙어졌다. 그러나 데뷔 11년 만의 첫 우승을 노린 김재호의 퍼트가 빗나가자 이태훈은 짧은 파 퍼트를 집어넣은 뒤 환하게 웃었다. 우승상금은 1억원.
이승택은 마지막 홀에서 3퍼트 실수로 1타를 잃어 이날 6타를 줄인 지난해 대상(MVP) 수상자인 이형준(27)과 함께 공동 3위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