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임웅재 선임기자의 관점]中·대만, 복수전공 과정 개설 등 교차교육으로 갈등 줄여

'의사·한의사 통합교육' 성사될까...해외서는 어떻게

의대과정+정골의학 배운 美 DO

일반 의사와 동등한 권리·지위




정부와 의료계·학계는 의대·한의대 교육과정과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 방안으로 중국·대만·일본은 물론 미국의 관련 제도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의 한의학에 해당하는 중의학의 뿌리가 깊은 중국·대만도 과거 현대의학과 갈등을 빚으면서 폐지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중의사·서의사 복수면허의료인 양성 등에 적극 나서면서 이런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중국은 중의학과 서의학을 적극적으로 융화하고 중의학대와 서의학대(의대)에 ‘중서결합의(中西結合醫)’라는 통합형 인력양성 체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결합전공을 마친 뒤 중서결합의 면허시험에 합격하거나 중의사나 서의사가 2~3년간 별도 교육과정을 마치고 서의사 또는 중의사 시험에 합격하면 중서결합의 자격증을 준다. 통합적 의료일원화 체계에서 중국 중의사는 서의사의 의료행위를, 서의사는 중의사의 의료행위를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의료보험 보장에서도 제도적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과정과 직역범위가 매우 배타적인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대만은 한중 양국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중의사와 서의사 간의 배타적 의료이원화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중의약대에 ‘서의 복수전공 과정’을 개설하는 등 우리보다 훨씬 유연하다. 일본은 의대 졸업 후 전문의 과정에서 전통의학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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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한의학연구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자들은 지난 2016년 작성한 협동 연구보고서에서 “중국·대만 모두 교차교육을 통해 중의학과 현대의학의 갈등을 줄이고 중의학 발전을 이뤄냈다”며 “특히 우리와 같은 의료이원화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상대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만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대와 한의사협회는 미국의 ‘오스테오패틱 의사(DO)’ 제도에도 관심이 많다. DO는 일반 의대의 교과목을 다 배우면서 정골(整骨·Osteopathic)의학과 수기(手技)치료법 등을 200시간 이상 함께 배운다. 배울 게 많은 만큼 1년 3학기제를 운영한다. 미국의 일반 의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MD)를, 오스테오패틱 의대는 DO를 양성한다.

오스테오패틱 의학은 한의학처럼 근골격계·신경계·순환계 등 모든 인체 시스템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질병 예방과 치유를 모색한다. 34개 오스테오패틱 의대에서 2017년 6,000여명 등 총 10만8,000여명의 DO가 배출됐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대 교과목을 다 배운다는 것을 공인받은 뒤 MD와 동등한 권리·지위를 갖게 됐다. 오스테오패틱의학협회(AOA)에 따르면 오는 2025년께면 미국 의사 가운데 DO의 비중이 20%로 커진다.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의료·한방의료 교육과정과 통합에 앞서 수술 등과 관련된 일부 과목만 빼고 의대에서 배우는 현대의학을 한의대생에게 모두 교육해 인체·질병에 대한 한의대생의 이해도를 의대 수준으로 제고해 한의 의료의 질을 높이고 한의대도 미국의 오스테오패틱 의대처럼 세계의과대학명부(WDMS)로부터 ‘의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jaelim@sedaily.com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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