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의 지종(紙種)별 수익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원료 가격 안정 추세에 따라 골판지와 인쇄용지, 산업용지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화장지 등 위생용지는 적자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지난 3월 골판지 원료용 폐지 가격은 전국 평균 ㎏당 75원이다. 이는 1월의 81.5원, 2월의 83.1원에 비해 5~10% 낮은 수준이다.
골판지용 폐지 가격은 지난해 1월 ㎏당 136.4원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2018년 1월 환경 규제 차원에서 폐지수입을 제한시키자 국내에 폐지가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졌다. 중국은 한국이 가장 많은 폐지를 수출하는 나라다. 국내 폐지 시세는 지난해 1월 이후 차츰 하락해 지난해 7월 62.8원까지 떨어진 뒤 올해 2월 83.1원까지 올랐지만 3월 다시 70원대로 다시 내려오면서 업계는 폐지 시세가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접어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국내 폐지 가격 안정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제지산업은 제조원가 중 원재료 비중이 30~40%에 달해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크다. 실제 이런 영향으로 골판지 업계의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83억원으로 전년의 54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고 신대양제지는 2017년 288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166억원으로 증가했다. 골판지 업계 대부분 업체들이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 개선을 실현했다.
올해 골판지 업계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최근엔 새벽배송까지 열풍이라 박스용 골판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원료가격까지 하향 안정추세여서 골판지 업종의 수익 전망은 단기와 장기 모두 밝다”고 분석했다.
펄프를 원료로 쓰는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펄프 가격은 톤당 1월 745달러, 2월 755달러, 3월 780달러 등 700달러대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890~900달러를 유지하다 11월 840달러, 12월 780달러로 하락한 이후 하락 또는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쇄용지·산업용지·백판지 업계는 지난해 실적 개선에 이어 올해 추가적인 이익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솔제지는 지난 3일 직원 사망 사고 이후 4일부터 현재까지 조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표정이 밝지 않다.
반면 화장지 등 위생용지 업계는 여전히 울상이다. 외국산 저가 화장지의 공세를 당해내기 어렵다. 지난해 깨끗한나라는 301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모나리자(-24억원)와 한국제지(-143억원) 등도 일제히 영업손실을 봤다. 한국제지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2월 국내 위생용지 수입량은 1만1,36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9% 증가해 올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국내 화장지 시장 규모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