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시기에 맞춰 투자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제고 경쟁이 치열하다. 운용사들은 자사가 유리한 기간의 수익률을 내세우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는 모양새다. 이는 TDF가 공모펀드 중에는 드물게 자금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급속히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운용사들이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출시 만 3년을 맞은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TDF가 누적 수익률 11.2%~21.9%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4월 21일 미국의 캐피탈그룹과 손잡고 TDF2020·2025·2030·2035·2040·2045시리즈를 출시한 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TDF펀드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TDF의 이름 뒤의 숫자는 은퇴시기를 의미하며 이에 맞춰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자산을 배분한다.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TDF는 현재 설정액 5,511억원, 순자산액 6,381억원으로 규모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익률 역시 2035를 기준으로 2년 수익률 11.4%, 3년 19.5%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정통 TDF를 표방한 상품으로 가장 먼저 내놨기 때문에 3년 수익률을 은근히 강조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면서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반적인 운용방식의 TDF뿐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을 가미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전략배분형TDF도 동시에 내놨다. 이 전략배분형TDF의 경우 2년 수익률이 시리즈별로 10~15.5%를 기록하며 운용사 중 가장 좋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해외 자문을 받는 타 운용사들과는 달리 직접 운용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수익률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수익률을 앞세운 미래에셋의 TDF는 올 들어서만 1,358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설정액 기준 총 5,113억원으로 삼성을 턱밑까지 쫓아 왔다.
미국의 3대 TDF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와 손잡고 펀드를 출시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만 2년 수익률 8.7~12.3%의 양호한 성적을 냈다. 다만 타 TDF에 비해 한국 및 이머징 증시의 비중이 높은 탓에 최근 1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후발주자인 한화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의 경우 최근 1년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자 적극 홍보에 나섰다.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화 LifePlus TDF 시리즈 6개 펀드의 1년 수익률이 3.90~4.49%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의 TDF시리즈도 1년 수익률이 3.7~4.6%로,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타 운용사를 크게 앞선다. 이는 두 운용사가 타사와는 달리 환노출 전략을 취하면서 달러 강세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1위 TDF 운용사인 뱅가드와 손잡고 철저하게 패시브 전략을 취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보수 절감에 따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TDF 시장을 놓고 운용사 간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TDF 규모가 1,300조원에 달하는 미국은 1~3위 운용사가 시장의 70%를 차지한 과점형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운용사별로 고작 1~3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성과 검증을 하기엔 짧다”면서도 “향후 판이 커지는 연금시장에서 상위 TDF 운용사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 들어 전체 TDF에 유입된 자금은 1,700억원으로 지난 19일 기준 설정액 1조5,430억원, 순자산 1조6,985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8,083억원, 해외주식형에서는 1조2,311억원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