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 인사이드] 표 위해 '핏빛 결말' 부추기는 종파정치

■위기의 동남아 소수교도

배타주의 통한 정치적 이익 도모

印尼 등선 교회 수백곳 강제폐쇄

로힝야 '인종청소' 등 민족 탄압에

스리랑카 참사 같은 테러로 번져




3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가 소수파인 기독교도를 노린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굳어지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각국의 뿌리 깊은 종교적 갈등을 이용한 종파정치가 이번 테러를 비롯해 특정 종교 신도를 타깃으로 하는 폭력 사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를 비롯해 인도·인도네시아·미얀마·방글라데시 등에서 집권세력의 권력 유지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민족주의와 종파적 정체성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 소수 종교 신도들이 종파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종파 갈등이 더욱 커지면서 소수교도들에 대한 테러공격이 잦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루완 위제와르데나 스리랑카 국방장관은 부활절 기독교 신자들을 노린 점을 감안해 이번 연쇄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공격으로 규정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전날 수도 콜롬보 등 8곳에서 일어난 연쇄 폭탄테러와 관련해 스리랑카인 용의자 24명을 체포한 상태다. 폭발 사건 가운데 6건은 자살폭탄 테러라는 정부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 파키스탄 여성이 21일(현지시간) 페샤와르에서 스리랑카 연쇄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페샤와르=AP연합뉴스한 파키스탄 여성이 21일(현지시간) 페샤와르에서 스리랑카 연쇄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페샤와르=AP연합뉴스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AFP통신은 테러 발생 열흘 전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인용해 경찰 간부들에게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인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이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공격을 계획 중”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하면서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외신들은 앞으로도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기독교 등 소수종교가 정치적 이유로 폭력 및 테러에 더욱 노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테러는 세속주의가 약화하는 동남아 지역에서 민족적·종파적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적 호소력이 커지면서 종교적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리랑카의 경우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불교도들을 등에 업은 정치세력들이 과거 영국 식민통치 시대에 득세했던 기독교 등 소수종교계 주민들을 식민시대의 유물로 몰아세우고 있다. 힌두교도와 무슬림들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영국 등의 식민지배 동안 개종을 강요한 기독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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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도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집권당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신앙을 이용해 대립을 부추기면서 상대적 소수인 무슬림과 기독교 주민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 또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도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 부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등을 내세우며 탄압을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외에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온건 노선을 추구해왔던 무슬림 정치인들이 보수진영 표를 확보하기 위해 강경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교회 수백여곳을 강제로 폐쇄한 바 있다.

한편 부활절 폭발 테러가 벌어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교회 인근에서 22일 또 폭발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스리랑카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교회 인근에 있던 승합차에서 해체 작업을 벌이던 중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 사건 하루 뒤인 이날 자정을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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